[Biz Key word] Rogue Trader (악덕 트레이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호 31면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너랄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잊혔던 용어가 풍미하고 있다. 불법 행위로 거액의 손실을 야기한 금융회사 트레이더를 일컫는 ‘로그 트레이더’가 그것이다.

이 용어는 금융회사의 자기자금을 굴리는 트레이더들이 월스트리트 신주류로 떠오른 198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다. 당시 투자은행 샐러먼브러더스(씨티그룹에 합병)의 수석 트레이더였던 존 메리웨더 등은 회사 돈 수억 달러를 굴린 대가로 엄청난 성과급을 받아 온갖 사치 행각을 벌였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그들을 악덕 트레이더라 부르기 시작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금융 신사도’를 망각한 행태를 꼬집는 말이었다.
 
그런데 95년 영국계 투자은행인 베어링브러더스가 당시 27살짜리 풋내기 트레이더인 닉 리슨의 불법 파생상품 거래로 파산하자 ‘불법 행위로 막대한 손해를 끼친 트레이더’라는 뜻으로 자리 잡았다. 베어링 파산으로 일약 유명해진 리슨은 96년 『악덕 트레이더: 나는 어떻게 베어링을 무너뜨렸고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는가』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01년 엔론 사태 직후에는 주주의 등을 치는 최고경영자(CEO)를 일컬어 ‘악덕(Rogue) CEO’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부실한 인터넷 종목을 대거 편입했다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펀드매니저들에게도 ‘악덕(Rogue)’이라는 말이 붙었다.
 
한편 비슷한 용어로는 ‘Robber Baron(악덕 자본가)’이 있다. 19세기 윤리성과 준법성을 망각한 미국 기업 오너들을 지칭했다. 노상강도(Robber)와 귀족작위인 남작(Baron)의 합성어다. 애초 잦은 명목으로 세금을 뜯어내는 중세 영주를 뜻했으나 자본주의 시대를 맞아 법을 망각한 자본가의 의미로 바뀌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