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홈피에 '그립다'는 글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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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최근 금융감독 당국 내부에서는 ‘따거(대형) 윤증현’ 열풍이 불고 있다. 보스형 리더의 대명사로 불리던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컴백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개벽’ 속에서 그들은 왜 ‘윤따거’를 열창하는 것일까.

지난 1월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여의도 금융가에서는 ‘신설되는 금융위원회 수장은 누가 맡을 것인가’가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위원회 조직개편의 당사자인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당국 내부에서는 하마평이 무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설되는 금융위원회의 위상은 그야말로 수퍼 파워를 자랑한다. 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보면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원은 금감위로 통합돼 금융위원회로 새롭게 탄생한다.

금융 관련 법률의 제·개정권은 물론 금융회사 감독규정 제·개정권, 각종 인허가, 제재권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금융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명실상부한 금융정책 컨트롤 타워가 되는 셈이다.

현재 금융위원회의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과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백영호 이화여대 교수 등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과 백영호 교수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TF팀장이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민간인 기용이 유력하다”며 민간 출신 선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의도 금융가나 금융감독 당국 내부에서는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제격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 내부에서는 윤 전 위원장의 귀환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감위 관계자는 “윤증현 전 위원장 역시 공직을 떠난 민간인 출신인 데다 인수위 경제1분과 자문위원으로 많은 활약을 한 것으로 들었다”며 “윤 전 위원장만큼 국내 금융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는 데다 조직 장악력이나 리더십도 뛰어나기 때문에 차기 정부의 금융수장으로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위 내부에서 윤 전 위원장의 위상은 임기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그 위상은 ‘정부 개벽’이 진행되는 요즘 더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윤 전 위원장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윤따거’를 그리워하는 직원들의 격려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윤따거’란 금감위 직원들이 윤 전 위원장을 부르는 애칭으로 ‘큰형님’이란 의미다. 윤 전 위원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퇴임 때 직원들이 만들어준 것으로 주소 역시 윤따거(yoondage)다.

윤 전 위원장이 퇴임 이후에도 직원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고 있는 것은 풍파에도 조직을 지탱하고, 조직원을 아끼는 그의 보스 기질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의 뇌물수수 사건이다. 당시 정부나 여론은 김 부원장의 경질을 요구했지만 윤 전 위원장은 “김 부원장의 청렴과 결백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김 부원장은 무죄선고를 받았다.

신념을 굽히지 않는 그의 강직함도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바로 금산분리 완화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금융정책 중 하나인 금산분리 완화는 윤 전 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줄기차게 강조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퇴임 당일에도 “임기 내 금산분리를 해결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할 정도였다.

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윤 전 위원장이 보스는 무엇인가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강한 신념과 의지는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분”이라며 “금감위 설립 이후 최초로 3년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상연 기자sy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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