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묵언수행’ 끝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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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얼굴) 전 통일부 장관이 27일 자신의 당내 계보 인사들과 계룡산 등반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산행에는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일부 현역의원들과 대선에서 그를 도왔던 참모와 실무진, 지역 활동가 등 100여 명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60~70명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가 대규모 회합을 갖는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정 전 장관은 그동안 “묵언수행 중”이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었다.
 정 전 장관 측은 공식적으로 “대선 때 고생했던 사람들과 인사나 나누려는 자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정치 재개를 위한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장관의 한 핵심 측근은 “호남지역 당 조직에서 손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계보 내에 ‘이러다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흐른다”며 “향후 대응 방향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 체제에 대해 정동영계 내부에선 각을 세우면서 제몫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과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린 정 전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도 본거지인 전주 덕진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안정권 순번을 받아 원내에 활동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엇갈리고 있다. 또 강남이나 서대문을 등 서울의 상징적 지역구에 출마해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전 장관과 주변의 이런 움직임에 손 대표 주변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주말 회동은 대선 뒤풀이 차원일 것”이라면서 “정 전 장관의 컴백은 아직 이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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