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대학교><서울大이모저모>졸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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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대 졸업식은 매년 2월26일 거행된다.올해는 26일이 일요일이어서 25일 열렸다.
47년 첫 졸업식때부터 3부요인이 참석할 만큼 서울대 졸업식은 명실공히 국가적 행사였다.우수졸업생들에게는 대통령상.국회의장상.대법원장상 등이 수여됐다.49년 서울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은 퇴임시까지 졸 업식에 꼭 참석했으며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역시 74년까지 빠짐 없이 졸업식에 나갔다.
75년부터 학생들의 반정부시위가 격화되면서 대통령 대신 국무총리가 참석하다 82년부터는 문교부장관이 대신했다.
군사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진 86년부터 졸업식은 완전히 「파행」으로 치달았다.당시 박봉식(朴奉植)총장이 등단하자 졸업생들이 야유와 함께 의자를 뒤로 돌린 뒤 『아침이슬』을 불러댔다.이어 손제석(孫製錫)문교부장관이 등단하자 학생들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모두 퇴장해 버렸다.이런 모습은 87년에도 되풀이됐다.
88년부터는 「반쪽 졸업식」이 열렸다.학생들이 故박종철(朴鍾哲)군에 대한 명예졸업 등을 요구하며 대운동장에서 열리는 정식졸업식과 별도로 교내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민주졸업식」을 열었기 때문.
이에 따라 89년부터는 외부시상제도를 없애고 외부인사를 초청하지 않는 등 순수 학내행사로 치렀다.대학당국은 졸업식을 단과대학별로 하자는 안을 검토했지만 교수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93년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위문화가 누그러지면서 졸업식도 점차 제 모습을 찾았다.지난해 졸업식에는 동문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0년만에 현직대통령으로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대 졸업식은 「시국의 창」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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