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희의 『정부 실패』(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정부실패의 요인이 되는 불필요한 정책 남발을 막으려면, 공무원이 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도덕성 함양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공무원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공익을 증진시키는 정책을 채택하게 만드는 것, 요컨대 공무원 자신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일치하도록 만드는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누가 어떤 자리에 책임자로 오든지 간에 그 사람의 인품과 야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제도상의 제약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오직 공익을 위해서만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민간기업은 몇만 원짜리 가전제품 하나만 팔아도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있어서 사후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공공부문은 애프터서비스 개념 자체가 없다. 정책의 결과를 사후 관리해서 특정정책 및 사업의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에 대해 뿌리 깊은 부정적 인식과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골프에서 홀컵에 늘 못 미치게 퍼팅하는 사람에게 공무원 퍼팅을 한다고 조롱할까. 그러나 공무원은 과연 그렇게 못 믿을 사람들인가?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평판과 공무원들이 실제로 이룩한 성과가 일치하는 걸까?
행정학자 찰스 T 굿셀은 『공무원을 위한 변론』(올리브M&B)에서 비록 미국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공공 관료제도와 공무원의 업무 수행이 전반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굿셀은 공무원과 관료제 기관은 모순적인 다양한 기대와 주문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민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산을 절약하라고 요구한다. 최저가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셈.
모순된 기대는 그뿐만이 아니다. 정보 유출을 하지 말라고 하는 동시에 언론에 공개하라는 요구도 받는다. 법규집행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라고 하면서도 종국에는 법률을 지키지 않았다고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상반되는 요구는 모두가 좋고 옳지만, 그 요구들을 동시에 완전하게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상반된 요구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공무원은 줄타기를 하며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으로 흐르기 쉽다.
새 정부는 민간 부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게 될 듯하다. 두말할 나이 없이 좋은 목표다. 그러나 공무원의 동기를 저하시켜 그들을 외줄타기 하게 만드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무원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마련과 분위기 조성도 중요할 것이다.
표정훈(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