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농구 최인선 감독-순둥이 사령탑서 냉혹한 승부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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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순둥이 사령탑」으로 소문난 기아자동차의 최인선(崔仁善)감독이 012배 94~95농구대잔치를 계기로 냉혹한 승부사로 변신,주목받고 있다.
崔감독은 올시즌 중요 경기때마다 뜻밖의 강수(强手)로 농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23일 삼성전자와의 챔피언결정전 첫판에 무명의 봉하민(奉夏玟)을 스타팅 멤버로 기용,포인트 가드의 대임을 맡긴 대목.
崔감독은 부동의 게임 리더 강동희(姜東熙)를 기용해 안전운행을 하는 대신 기량이 노출되지 않은 奉에게 게임을 맡겨 삼성의의표를 찔렀다.외곽공격력이 달릴 것으로 예상됐던 기아는 강동희가 슈팅가드로,허재(許載)가 스몰 포워드로 위치 를 바꾸면서 슛소나기를 퍼부어 삼성의 문경은(文景垠)-김현준(金賢俊)콤비를압도해 버렸다.
지난달 31일 상무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간판 주포인 허재를 경기종료 9분여를 남기고 10여점이나 뒤진 상태에서벤치로 불러들이는 비상책을 썼다.許가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게임을 망친다고 판단한 崔감독은 강동희에게 공격선봉 을 맡겨 80-67로 역전승했다.물론 실패한 경우도 있다.
19일 준결승 2차전에서는 풀멤버를 기용,체력좋은 고려대에 힘으로 맞섰다가 78-70으로 무너져 3차전까지 가는 곤욕을 치렀다.지난달 29일 연세대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는 슛성공률이30%에도 못미치는 이훈재(李勳載)를 스몰 포워 드로 기용하고전반부터 패턴 오펜스로 일관하다 후반 체력이 곤두박질,98-87로 무릎을 꿇었다.
崔감독에게는 93년까지 총감독을 맡았던 방열(方烈.경원대교수)씨의 그늘에 가려 지도력을 인정받지 못한 응어리가 있다.일부에서는 『方감독이 이뤄놓은 결실을 곶감빼먹듯 즐겼을 뿐 스스로이룩한 것은 없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올시즌 崔감독의 연이은 모험카드가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배경.기아의 전력이 내리막을 걷는 기미가 역력한 올시즌에는 벤치의능력에 우승여부가 달려있고 그 책임을 崔감독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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