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친 아현동 마님 "이게 꽁트야,드라마야?"

중앙일보

입력

23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극본 임성한ㆍ연출 손문권)이 개그 프로그램을 연상케하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아현동 마님’홈피 게시판에는 밤사이 수백 건의 시청자 비난글이 쇄도했다.

이날 드라마는 극중 인물 ‘성미숙’(이휘향)의 딸과 그의 친구가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극 연기를 선보이는 설정이 나왔다. 대비마마가 투기가 심한 중전에게 사약을 내리자 중전은 “계급장 떼고 대결해서 지는 사람이 사약을 먹자”고 제안했다. 이에 두 여인은 무거운 가발을 내려놓았고 급기야 민망한 삭발 가발이 드러났다. 한복을 입은 두 여인은 삭발 분장을 한 채 인기그룹 ‘원더걸스’의 ‘텔미’춤을 추고 디자이너 앙드레 김 성대모사를 하는 등 해프닝을 벌였다. 사극 패러디나 꽁트를 연상케 하는 이같은 장면은 무려 20여분 동안 계속됐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게 무슨 드라마인가. 어이가 없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시청자 ‘김두은’은 “저녁 내내 기분이 상했다”, ‘이미선’은 “이런 대본으로 어떻게 드라마를 찍었는 지 한심하다”며 “개그 프로그램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태임’은 “오죽 황당했으면 아침에 출근해서 인터넷에서 500원내고 다시 보기했다”며 “다시 봐도 작가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출연진 스케줄 안 맞아 시간 때우기하는 것 아니냐” “저질 드라마”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아현동 마님’은 드라마 ‘하늘이시여’ ‘왕꽃 선녀님’‘인어아가씨’등을 집필한 임성한 작가의 작품. 임 작가는 인기 드라마 ‘메이커’로도 유명하지만 파격적인 설정, 특정 직업 비하 등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황당한 꽁트의 설정을 ‘드라마 속의 또다른 드라마’(극중극)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이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단 하루 만에 수백건의 비난글이 올라오는 시청자 게시판을 볼 때 결국 ‘시청률을 의식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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