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흐름은 맞지만 조급증이 문제 실용영어 가르칠 교사부터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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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대입 자율화 방안은) 무릎을 탁 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입시가 공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게 분명한데도 공교육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큰 흐름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년 내에 모든 것을 끝내려는 조급증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3단계 자율화 방안이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영어 공교육 수준이 사교육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실을 우려했다. 당장 급한 것은 학교 현장에 실용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대거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9년을 보낸 이모(52·여·주부)씨는 “미국에서 석사학위도 받았고 영어 2급 정교사 자격증도 있다”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어도 나이가 많다며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이들에게 소정의 자격시험을 거쳐 교단에 서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직의 벽’을 허물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찾아보면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면서 교육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 많다”며 “교원 임용시험이나 현직 교원 재교육에만 세월을 보내는 정부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사 영어능력 인증제도 대안 중 하나다. 교사의 영어 강의 능력을 평가하고 원어민의 면접을 거쳐 자격증을 주는 제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에게 자극을 주고 경쟁을 유도해 영어 구술능력을 강화하면 공교육의 영어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영고 김운(영어) 교사는 “요즘 학교의 영어 교사들은 여론의 도마에 올라선 기분”이라며 “국가가 정한 국민기본공통교육과정 등 교육과정은 그대로 두고 평가 방법만 바꾸면 수혜자는 사교육 업체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용영어 중심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교육과정과 교과서 체제를 바꾸는 등 공교육 체질 개선 대책이 우선돼야 했다는 것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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