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캠프 0원' 미스터리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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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성그룹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26일 검찰에 나오면서 삼성.LG.SK.현대차 등 4대 그룹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캠프에 불법 자금을 줬는지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4대 기업은 이미 한나라당 측에 722억원대의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차떼기' '책(채권)떼기' 등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았던 용어들도 모두 4대 기업이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4대 기업이 盧대통령 측근들에게 사적으로 준 것을 제외하고 盧캠프 선대위에 전달한 불법 대선자금은 드러난 게 거의 없다. 고작해야 현대차.SK가 정치자금 공여 한도를 피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임직원 명의로 바꿔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16억6000만원이 전부다. 이 때문에 야당 측은 '722억원 대 0의 수사를 누가 믿겠느냐'고 주장해 왔다.

검찰 일각에선 盧캠프 측이 4대 기업에서 받은 불법자금을 얼마나 밝혀낼 수 있는지에 수사 성패가 달려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검찰은 재계 1위 삼성의 '입'을 열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대기업이 盧캠프에 불법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검찰이 어느 정도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盧캠프 측 불법자금이 나오지 않는 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운 처지인데도 검찰이 다음달 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최근 안대희 중수부장이 "4대 그룹에서 盧캠프로 간 불법자금 수사를 많이 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는 1~2주 전까지만 해도 "4대 기업이 盧캠프에 불법자금을 전달한 단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작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학수 본부장이 전격 귀국한 배경에도 갖가지 관측이 나오는 상태다.

4대 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는 盧대통령의 '10분의 1'발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태껏 나온 盧캠프의 불법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액수가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양측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는 한나라당이 800억원대이고 盧캠프 측은 80억원대(盧대통령 측근이 받은 것 포함)이다.

따라서 4대 기업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자금의 10분의 1만 밝혀낸다고 해도 盧캠프 측 불법자금 액수는 두배로 뛰게 돼 盧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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