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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원처마밑의 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천지법 소속 집달관 사무원의 경매입찰 보증금 횡령사건은 갈수록 놀랍고 어안이벙벙해 진다.또 의문과 의혹도 한두가지가 아니다.일개 집달관 사무원이 5백억원대의 횡령을 할 수 있었다는사실이 우선 놀랍고,횡령과 유용이 8년간이나 계 속돼 왔는데도적발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다.범행이 들통나자 동료 집달관들이 31억원이란 거액을 모아 변제에 나섰다는 것도 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필시 이번 사건의 뒤에는 법원 직원의 묵인 또는 공생(共生),집달관 사무원끼리의 공모등 복잡다단한 흑막이 도사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좋은 기회다.검찰은 이번 기회에 집달관들의 비리와 그 수법등을 낱낱이 캐내 말썽많았던 집달관 문제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수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수사도 수사지만 사법부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건의 진상과 전모를 밝히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집달관법에 따라 매년 한차례 이상 감사하게 돼있는데도 8년 동안이나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것은 그 감사가 지극히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더구나 법원 경매계 직원의공모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판이 니 사법부는 검찰 이상의 진상 규명 의지를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기회에 집달관 제도및 그 운영 전반에 걸친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현재의 집달관제도와 운영에 대해선 경매등 민사소송을 경험한사람마다 불만을 토로해 왔다.엄연한 공무집행이고 책무인데도 대접을 해야 움직인다는 등의 불만이 그 한가지다.또 철거.매도.
경매등 집달관의 직무에 관련된 각종 규정에 불합리한 것이 많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다.
비리내용으로 볼 때 세금비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인천의 문제만은 아닐 가능성도 높다.대법원은 이 점을 인식해 전국적인 감사에 나서야 한다.아울러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차원에서 집달관제도의 획기적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법원의 처마밑 에서 비리가대규모로 양산(量産)되어서야 어떻게 사법부가 신뢰를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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