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주식을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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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팔아도 우리는 산다’.

 22일에도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은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업계 관계자가 전했다. 물론 ‘떨어지던 주가도 미래가 사면 오른다’는 속설은 이날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급락장에서 시장의 시선은 온통 미래에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 주가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미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펀드시장은 미래에셋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주식형 펀드의 38%(순자산 기준)를 미래에셋 펀드가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었을 때 이미 현금 보유 비중을 다소 높였다”며 “최근 주가가 빠진다고 현금 비중을 더 늘리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식을 대량 사들이던 지난해에 비해 행보는 조심스러워졌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광고에 수익률 그래프를 썼다. 월등한 수익률을 비교해 보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은 이 광고를 장문의 편지 글로 대체했다. “시장은 가끔 우리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변동은 투자에 있어서는 또 다른 기회”라는 내용이다. “미래에셋이 보는 성공적인 투자 방법은 장기 투자”라는 표현도 썼다. 수익률 대신 장기 투자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래에셋 펀드에서 환매사태가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올 들어 21일까지 미래에셋으로 5조2533억원의 돈이 몰렸다. 펀드가 주식을 사고팔면서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돈(재투자분)을 빼고 새로 들어온 돈만 1조4912억원이다. 주가 폭락사태에도 미래에셋이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돈이 계속 들어오는 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들여 매수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률을 방어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외국인 매도 공세를 이겨낼 수 있느냐 여부는 결국 국내 투자자가 얼마나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돈을 맡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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