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정부개편안’ 대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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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오른쪽 사진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현재까지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 진행 절차가 심각하게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이며 졸속으로 이뤄져 왔다”며 “대통령의 철학, 소신과 충돌하는 (인수위의) 개편안에 서명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1월 23일자 3면 보도)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내용에 문제가 많다. 심각한 부작용이 분명히 예상되고 그 절차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국회 심의와 의결 등) 상황 진전에 따라 재의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비정상적인 절차를 받아들여 이 정부에서 해야 하는가 모두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또 “앞으로라도 조직 개편 문제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려면 해당 상임위에서 관련된 40여 개의 법안을 다 검토해야 한다”며 “각 상임위 내부와 외부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말미에 노 대통령은 “다음 국무회의 때 더 진전된 토론자료를 준비해 달라”며 “세계 각국의 사례도 더 보완토록 하라”고 지시해 법률안 검토에 착수할 의사도 내비쳤다.

 만일 노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의결해야 비로소 확정되는 만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은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못 먹는 밥에 재 뿌리는 격도 아니고 새 정부 출범을 위해 누구보다도 협조해야 할 대통령이 거부권 운운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마지막으로 한껏 남용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노 코멘트”라며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예영준 기자 , 사진=오종택.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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