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스프린트 氷速 종합우승 김윤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망가진 신을 고쳐 신고 세계정상을 밟았다.」 95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김윤만(金潤萬.
고려대).
지난 2월1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벌어졌던 월드컵 8차시리즈첫날,1천m 출발선에 선 金은 스케이트날이 심하게 흔들거리는 것을 느꼈다.신발이 낡아 날이 떨어져나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가속을 붙이지 못한 金은 자신의 주종목임에도 불구하고 1분13초35를 기록하며 7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날 먼저 벌어진 5백m에서 36초10을 기록하며 자신이갖고 있던 한국신기록(종전 36초27)을 1년2개월만에 0초17 단축,1천m에서도 한국신기록을 노렸던 金으로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金은 끝내 스케이트화 바꾸기를 거부하며 강력본드로 스케이트날을 다시 붙여 다음날 경기에 임했다.
金의 고집은 성과를 보았다.1천m에서 전날 자신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대표동료 제갈성렬(諸葛成烈.쌍방울)의 한국기록을하루만에 0초37 경신한 1분12초60으로 우승,월드컵 시리즈세번째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러나 이날도 또다시 스케이트화에 문제가 생겨 5백m에서는 36초90으로 17위에 처지고 말았다.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 밀워키로 이동한 金은 거기서도 자신의 정든 스케이트화를 고집,연맹 간부가 대회개막 이틀전 부랴부랴 강력 본드를 들고 미국으로 날아가 응급수리하는부산을 떨어야 했다.
이제 金은 지난해 12월 오비히로(일본)대회에서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달성한 이후 벌써 세번이나 월드컵 종목 우승고지를밟고 있다.
남자선수로는 배기태(裵基兌)에 이어 두번째.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으로 지난 90년 배기태가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달성했던 세계선수권 정상도 裵의 뒤를 이어두번째로 등정하게 됐다.
그러나 金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朴炅德기자 「기태형」이 이미 해냈던 일을 따라가는데 그친다면진정한 승자가 될 수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金의 모든 신경은 오는 3월11일 노르웨이 하마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대회에 쏠리고 있다.
월드컵 종합우승의 고지는 아직까지 한국선수가 한번도 밟아보지못한 전인미답의 고지.
8차시리즈까지 끝난 현재 金은 5백m에서 종합점수 2백16점으로 일본의 호리 마나부(2백70점)에 이어 2위를,1천m에서는 2백21점으로 역시 일본의 미야베 유키노리(2백40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파이널 대회에서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는 金은 9차 인젤(독일)대회까지 포기하고 22일 귀국,국내에서 차분히 「마지막 승부」에 대비할 계획이다.각종 세계대회에 참가하느라 국민학교 졸업식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졸업식과 입학식에 가보지 못했던 金은 오는 25일 고려대 졸업식과 27일의 대학원 입학식에 가족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는 「작은 기쁨」에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