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생 가치관 우리와는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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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 정수화·박해인·김영민 학생(왼쪽부터)이 일본 여행 중 겪었던 에피소드와 교육제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강욱현 기자]

한창 대학 입시 공부에 매달려야 할 고교 2~3학년 시기에 일본을 탐방한 뒤 책까지 낸 ‘강심장’들이 있다. 민족사관고의 국제반 3학년 김명민·정수화군과 박해은·정다은양이 그 주인공.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주최한 청소년해외체험프로그램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대’에 선발돼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8박9일 일정으로 도쿄에 다녀온 이들은 3학년 기간 동안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푸른길)란 책과 학내 논문을 썼다.

 이들이 연구한 테마는 일본의 ‘일관 교육 제도’. 일관 교육이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시험을 별도로 치르지 않고 대학까지 같은 재단의 상급학교로 진학이 가능한 제도다. 와세다 대학과 게이오 대학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야간자율학습에 매달리지 않고 고교시절을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일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강심장’들의 일본 탐방 후일담을 들어봤다.

 일본학생, 학교 명성보다 자기 미래 관심
 ▶영민=일본의 대표적인 일관교인 와세다와 게이오 고등학교를 견학했다. 유급하지 않는 한 조건 없이 대학에 갈 수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냈다.

 ▶해인=일본 고교생들을 인터뷰했는데 일관교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고 답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학교 명성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학교 명성을 더 따지는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수화=일관교 학생들은 학과공부 외에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선생님도 뭐든 열심히 하는 학생이 시간 활용을 잘해 학과성적도 좋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다른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적응을 잘한다고 했다.

 한국 일부 대학 일관교에 긍정적

 ▶영민=와세다나 게이오 초등학교에 입학하려고 4~5세 때부터 사교육에 매달리고 학비가 비싸 돈 있는 사람들만 몰리는 문제점도 있다. 반면 청소년기를 여유 있게 보내면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해인=일관교 수업에는 교과서가 따로 없었다. 주제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보고 토론하는 식이었다. 역사 수업도 암기 위주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처럼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만 시키지는 않았다.

 ▶수화=서울대·서강대·성균관대 입학 관계자에게 일관 교육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모두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는 있겠다고 했다. 예컨대 대학의 부속 고등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도 비인기 학과에서부터 서서히 적용해 나가는 것은 시도해 볼 만하다고 했다.

 색다른 경험은 진로 찾는 데 도움

 ▶영민=‘일본 탐방대’ 지원 과정부터 일관교 탐방, 길거리 인터뷰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해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컸다. 이젠 혼자서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해인=네 명이 팀워크를 맞추는 게 무척 힘들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합격한 미국 스와스모어대에 원서를 낼 때 자기 소개를 하는 에세이에 일본 탐방이 큰 도움이 됐다.

 ▶수화=학생의 눈높이로 신선한 연구 주제를 선정하면 ‘청소년 해외체험 프로그램’에 선발될 확률이 높다. 후배들이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된다.

글=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강욱현 기자

◇청소년 해외체험 프로그램=국가청소년위원회는 매년 ‘청소년 해외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체험 분야별로 해외자원봉사단, 국제회의참가단, 조사·연구단으로 나누어 모집한다.

민사고생들이 참가한 ‘대한민국 청소년 세계를 가다’는 조사·연구단이다. 파견 희망 국가와 조사할 주제, 조사기간, 일정, 예산 등을 포함한 활동계획서를 작성한 후 참가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참가 대상은 만 15~24세 청소년으로 영어나 파견 국가의 언어가 가능해야 한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된 팀은 왕복항공료가 지원된다. 국가청소년위원회 02-2100-0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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