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중간점검] "40대 변호사면 무조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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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나이에 변호사면 무조건 오케이'.

한나라당 공천의 뚜껑이 열리면서 당내에 도는 괴소문이다. 공천심사위는 26일까지 176곳의 유력후보를 선정해 77.5%(지역구 227개 기준)의 진척률을 보였다. 현역의원.지구당위원장을 뺀 정치 신인급은 58명으로 이들만 놓고 보면 괴소문은 사실이었다.

58명 중 40대가 전체의 절반인 27명이었고, 변호사.검사 출신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 영입 작업이 지지부진한 결과다.

특히 지지 기반인 영남권에서 고령은 거의 없었다. 신인 19명 중 50대가 다섯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30, 40대다. 부산은 7명 중 이재웅(50) 동아대 교수가 최고령자였다.

소장파 의원들이 최병렬 대표 체제를 허물어뜨린 점을 감안할 때 자칫 한나라당에 '소장파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현역의원 탈락률은 불출마 의원과 부정 연루 의원들을 포함해 28%(42명) 정도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한 공천심사위원은 "남은 지역의 경우 현역의원 탈락 논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탈락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인물 교체 바람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이회창 전 총재 쪽 사람들이었다.

YS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과 李전총재의 핵심 측근인 김기배 의원, 둘 다 공교롭게도 44세의 변호사에게 각각 밀려났다. 양정규.유흥수.김종하.신경식.김영일 의원 등 李전총재와 가까운 중진들은 미리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공천심사위 내에서 배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건 외부 위원들이다. 한 위원은 "'나이가 많다' 'YS 색채가 강하다'고 외부 인사들이 지적하면 대세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박종웅 의원은 내부 투표 결과 7대 4로 탈락이 결정됐다.

하지만 배제의 논리만 강조되다 보니 공천 잣대를 둘러싼 잡음이 심각하다.

박승국 의원 등 공천 탈락자 10여명은 26일 국회에서 대책모임을 열고 공천심사위원장 교체와 재심을 요구했다. 경남 양산에는 나오연 의원 대신 부산진을에 공천을 신청한 崔대표의 특보 출신 김양수씨를 선정해 "기준이 뭐냐"는 반발을 낳고 있다.

유력 후보를 선정한 162곳 중 여성 후보가 다섯곳에 불과해 여성 배려란 당초 기준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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