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두 그루의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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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산은 늘 나를 끌어당긴다.그래서 나는 산을 좋아하고 한 주일만 산에 못 가도 안달이 난다.그 날도 죽마고우(竹馬故友)와 함께 북한산을 남쪽인 구기동에서 올라갔다.향긋한 솔 내음을 만끽하며 산등성이를 넘으니 산골을 따라 의상(義湘) 능선상의 고갯마루에,6백년 애환의 고도(古都)를 바라보는 위치에 웅장한 모습의 대남문(大南門)이 나타났다.조선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등에 시달리다 도성을 지키기 위해 숙종 37년(1711년) 완공한 북한산성 성문중의 하나인 대남문 .
그동안 훼손이 심해 서울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복원하는 대역사는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봐 왔던 바다.그 날은 마침내 공사가 마무리돼 인부들이 성곽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그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던 나는 그만 아연실색했다.인부들이 성벽 아래 나무들을 모조리 톱으로 베어 내는 것이었다.
내가 황급히 나무를 없애는 이유를 묻자 현장소장의 지시라고 했다.둘러보니 아직 살아 있는 나무 가운데 성문을 한가운데 두고 양쪽 적당한 위치에 모양새 좋은 느티나무가 한 그루씩 성문을 지키는 장승처럼 서 있었다.
순간 나는 저 두 그루의 나무만은 절대 베어서는 안된다고 마음속으로 소리쳤고,소장이 인근 문수사(文殊寺)에 있다는 말을 들은 나는 이내 인부들에게 저 두 그루의 나무만은 절대 베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한 뒤 단숨에 문수사로 달 려갔다.소장에게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 가며 두 그루의 나무만은 절대로 베어서는 안되는 당위론을 역설했다.나는 호소하다 못해 애원했고,마침내 마음이 통한 소장은 현장에 함께 가 나의 주장에 동의해줬다.그래서 지금도 북한산 대남문 양 쪽에는 보기 좋게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서 있고,그 나무들을 대할 때면 언제나 내 간절한 청을 들어줬던 그때 그 소장에게 감사드린다.
〈동신금속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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