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문 더 좁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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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공부문 취업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새 정부가 올해부터 298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구조조정에 나서는 데다, 내년부터는 공무원 신규 채용도 줄이면서 공공부문 취업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다.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부처 통폐합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해마다 공무원 정원을 줄일 계획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통폐합되는 부처의 공무원 상당수가 보직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라며 “올해는 이미 채용 공고를 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내년부터는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매년 1800~2000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약 1500명을 뽑기로 했다.

 민영화·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한국전력·주택공사·토지공사·코레일·가스공사 등 공기업도 올해 채용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이 축소되고, 기존 인력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신입사원을 뽑기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특히 채용 계획을 세우더라도 몇 개월 뒤에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공기업은 결원을 채우는 수준으로만 채용 계획을 짜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이번 구조조정을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단기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공공부문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이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자’는 지난해 54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에 비해 58%(20만 명)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8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취업 준비 기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급여 수준이 높은 ‘괜찮은 일자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취업준비자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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