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업 불편 적극 해결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법 규정과 절차 때문에 휴대전화 개설, 신용카드 발급, 금융거래는 물론 e-메일 계정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다.

 서울에서 30년을 살아오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아내도 한국인으로 둔, ‘반(半) 한국인’ 앨런 팀블릭(65·영국·전 인베스트코리아 투자자문역·사진)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서울시가 23일 공식 개관하는 서울글로벌센터의 초대 관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에 살면서 이사도 서너 번 해봤어요. 그때마다 직접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했는데, 외국인이 각종 행정서류를 발급받고 처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어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캔자스대학원을 다니던 중 현재의 아내를 만났고, 1977년 영국계 은행의 한국지점 부대표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마스타카드 한국지사 대표, 주한 영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2003년에는 KOTRA 산하 ‘인베스트 코리아’의 초대 단장을 맡아 3년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지휘했다.

 “주한 외국인 중에서 관장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 응모했습니다.”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의 서울살이 불편을 최대한 줄여주자는 것이 서울글로벌센터의 설립 취지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3층에 있는 센터에는 영어·일어·중국어·몽골어·베트남어 등을 구사하는 서울시·법무부·경찰 공무원 및 전문인력 35명이 상주한다. 한국 면허증 및 인감증명 발급은 물론 은행계좌·신용카드·휴대전화 개설도 즉석에서 해결해줄 계획이다. 종합행정서비스팀·다문화팀·비즈니스팀·생활지원팀·국제교류팀 등을 둬 다방면으로 외국인의 생활과 업무 활동을 도와주게 된다.

 팀블릭은 “외국인이 느끼는 장벽을 허물어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과 외국 기업이 겪는 불편을 최대한 없애겠다”며 “궁극적으로 외국인이 서울 생활을 즐기게 하자는 것이 우리 센터의 슬로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분도 깊다.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일하던 2004년부터 서울시 산하 외국인투자유치자문회의(FIAC)의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시에 투자 유치 관련 조언을 해주고 있다. 2006년 5월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서울명예시민증을 받았다. 팀블릭은 자신의 신분을 ‘1년 단위 계약직’이라고 소개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몇 년간 꾸준히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