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현주의 여의도 블로그] 조혜련, 든든한 외조의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일본 NHK에서 매년 12월 31일 방송하는 ‘홍백가합전’은 시청률이 무려 50% 이상 나오는 권위있는 가요제다. 일본 연예인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임은 물론, 심지어 가수들의 치열한 오디션 경합까지 붙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마지막날 열린 홍백가합전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6년 연속 출연을 한 자랑스런 보아가 있었고, 개그맨으로는 처음 출연한 용감한 그녀, 조혜련도 있었다.

 “제가 일본 진출한지 3년 만에 그곳 연예인들, 특히 가수들이 가장 서고 싶다는 최고의 무대 ‘홍백가합전’에 출연했잖아요. 물론 보아처럼 단독 무대는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함께 코러스를 불렀지만 그 자리에 함께 서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그러나 일본에선 아직 신인이라 매니저·코디도 없이 혼자 지하철 타고 짐 보따리 직접 짊어지고 방송하러 가는 우리의 씩씩한 혜련히메. 여기서 잠깐, 원더우먼이나 철인 28호가 아니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일주일을 살펴보자. 월요일엔 지피지기, 화요일엔 하이파이브, 수요일엔 MBC 환상의 짝꿍 녹화를 마치고 저녁 비행기로 일본으로 출발, 그리고 목금토일 꼬박 빽빽한 일본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고 월요일 아침에야 다시 한국으로 와서 또다시 방송에 올인.

 “하루는 공항에서 내려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왔는데 늦은 시간 남편이 안자고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순간, 이렇게 편안한 집이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사나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힘들면 쉬라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아직도 꿈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위로하는 남편의 말에 또다시 꿋꿋하게 힘을 얻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녀, 조혜련.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제가 선택하고, 기왕 시작한 일이잖아요. 무엇보다 저를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에게 일본에서 성공해서 자랑스런 엄마, 아내가 되어야 덜 미안할 것 같아요. 얼마 전 남편 카드 고지서를 봤는데 학원 수강료가 찍혔더라고요. 뭐냐 물었더니 제가 나오는 일본방송 제대로 알고 보고싶어서 몇 달 전부터 혼자 일본어 공부하고 있다고.”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루는 조선 중기 최고의 서예가 한석봉에게 떡을 썰며 글을 가르치신 어머니의 굳은 의지가 없었더라면, 바보 온달을 늠름한 장군으로 만든 평강공주의 현명한 지혜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역사는 한석봉과 온달장군을 기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개그우먼 조혜련에게 남편의 든든한 외조가 없었더라면 일본이 그녀의 진가를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처럼 말이다.

이현주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