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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어디 있나 ‘난리’ 난 대불공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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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남 영암군 대불공단은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윤영역 공단 대불지사장은 18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전봇대 문제’를 지적한 직후다. 인수위원회에서 “전봇대 문제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불렀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 출장 중인 직원들까지 인수위로 올라갔다.

 오후 4시쯤에는 산자부에서 최규남 에너지산업본부 서기관이 사무관 두 명과 함께 대불공단에 내려왔다. 전라남도와 영암군에서도 현장에 직원들을 보내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기관에 제출할 보고서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한전에선 장명철 마케팅본부장을 비롯해 일곱 명이나 현장에 나타났다. 현장에 나온 관련 기관 임직원들은 문제의 전봇대를 찾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대불공단 한복판에 자리한 대상중공업㈜ 앞으론 폭 40m 왕복 8차로가 동서로 나 있고, 교차하는 거리까지 사방으로 전봇대가 늘어 서 있다. 이곳을 지나는 선박 블록은 보통 너비 15~16m에 높이 7~8m. 배의 선장실·조타실이 있는 대형 블록(브리지)은 통상 폭 27m, 높이 30m에 이른다. 하지만 대불공단 안에 있는 600여 개의 전봇대와 전선은 높아야 16m.

 ‘중량물 하중 차량’이 대형 블록을 싣고 전선줄을 피하며 커브를 도는 데만 10분 이상 걸린다. 도로변 가로수는 운송 중인 블록과 닿아 성한 가지가 없을 정도다.

 한경수 대상중공업 팀장은 “도로 양 옆 전봇대 때문에 폭 29m 이상 대형 블록은 수주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8차로를 끼고 있는 우리 회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상중공업은 이명박 당선인이 이날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현장의 살아있는 정책’을 강조하며 거론한 업체 중 하나다. 이 당선인은 2006년 9월 19일 대불공단을 방문했다. 당시 회사 이름은 ‘서해중공업’이었으나 그동안 주인과 상호가 바뀌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그때 이후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성배 영암군 지역경제과장은 “이 당선인이 지적한 전봇대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입주 업체들이 블록 같은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데 아직도 지장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5㎞ 가는데 1~2시간”=전남도·영암군과 한전은 2004년 8월부터 49억2000만원을 들여 폭 40m 이상 도로 19㎞에 대해 전선을 땅 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공사를 해도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횡단선만 끝난다. 도로 양편으로 늘어선 종단 전선은 여전히 남게 된다. 폭 40m 이하 도로의 지상 횡단·종단 전선과 전봇대들은 언제 지중화가 될지 모르는 상태다. 폭이 좁은 도로를 끼고 있는 업체들은 블록 반출 때마다 전봇대·가로등·가로수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태진엔지니어링의 한 직원은 “대형 블록을 내보낼 때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소동이 벌어진다”며 "대불부두까지 5㎞를 가는데 1~2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자주있다”고 전했다.

 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 측은 “전선·전봇대를 모두 지중화해 장애를 완전히 없애려면 무려 2600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회사 앞 전선 지중화 및 전봇대 이설은 법규에 따라 해당 회사 부담”이라고 말했다.

 영암=이해석·천창환 기자

◆대불공단=전남 영암군에 1989년 10월 착공해 97년 8월 완공했다. 총 면적은 113만7400㎡이고, 323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조선 관련 업체가 170여 개이고 이 중 40여 개가 블록 생산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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