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발렌타인 "사랑의 週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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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발렌타인 데이」(14일)를 앞둔 주말은 「사랑의 주말」로 불린다.발렌타인 데이는 공휴일이 아니다.
연인들을 위한 「사랑축제」등 모든 잔치는 이 주말에 이뤄진다.서기 270년 2월 로마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한 가톨릭 사제에게「곤 봉과 돌로 때려죽이고 그 목을 베는」참형을 선고했다. 그 2세기후 교황 율리우스는 그를「성인(聖人)발렌타인」으로 품(諡聖)하고 2월14일을 그를 기리는 휴일로 정했다.
「연인들의 축제」오늘의 발렌타인 데이는「성인 발렌타인」의「거룩한 죽음」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이 2월의 새 휴일은「세속」적인 로마인들의 전통축제에 묻혀버렸다.
로마인들은 그들 축제의 신(神)루페르쿠스(Lupercus)를기려 매년 2월 축제를 벌였다.그리스 신화의 축제의 신(神)판(Pan)에 버금가는 사랑의 열매,「생식(生殖)의 신」이다.
루페르쿠스 축제는 기쁨과 풍요,특히 섹스의 자유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도덕적 죄의식과 환멸,금전적 탕진등 개운치 못한 뒤끝을 남기게 마련이었다.
발렌타인 데이는 근대에 와 의미가 크게 순화(純化)됐다.전통적 축제요소는 도사리고 있지만 연인들과 부부간에 사랑을 재확인하고 다지는 의미있는 날로 기억되는 경향이다.달콤한 사연이 적힌 카드와 꽃을 보내고,캔디와 초콜릿등 달콤한 선 물을 안기며사랑을 확인해주고 또 확인받는다.
연인및 부부관계의「건강상태」를 매년「정기점검」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상대방의 모든 허물을 덮어주며「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서로 확인한다.
연중 이날 하루만의 일이라면 사랑의 다짐이 아닌, 「장례식 참배」와 무엇이 다르랴.
현대판 아담과 이브들이 둘 만의「에덴동산」을 찾아들고,무도회등 허례를 생략하고 침실에서 주말내내 사랑을 다짐하는「실속파」들도 있다.이래저래 늦가을 출산율은 높아진다.
루퍼커스의 충실한 후예들이다.
발렌타인은 초콜릿 상혼(商魂)을 타고 한국에도 파고들었다.「사랑의 초콜릿 선물」로 청소년들의 낭비를 부추긴다해서 해마다 물의다.「족보도 아리송한 남의 휴일」에 부화뇌동하는 反주체적 행위라는 지탄도 따갑다.
우리「축제문화」의 빈곤 탓도 있다.사랑하는 연인과 부부들이 1년에 한번쯤 사랑을 재다짐하는 일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사회적 낭비라고 하겠지만 어디 돈만이 전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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