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라운지] 행동 어색한 입국자는 세관의 ‘타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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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말 태국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김모(52·여)씨가 세관에 적발됐다. 면세 범위(400달러, 38만원)를 훨씬 넘는 250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관세를 내지 않은 채 들여오려다 걸린 것이다. 김씨는 세관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딸에게 핸드백을 들게 하는 꼼수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세관 직원은 김씨 모녀의 어색한 행동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검색대로 불려간 김씨와 딸은 핸드백 구입 사실을 실토했다. 김씨 모녀는 세금을 30만원가량 물고서야 세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인천공항 세관은 16일 지난해 세관검사를 받은 입국객의 절반 이상이 밀수나 면세 범위 초과 물품을 반입한 경우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여행객은 모두 1350만여 명. 세관은 이 가운데 23만 명(1.7%)을 검사했다. 이 중 면세 범위를 초과해 세관 물건을 공항 측이 보관하거나 추가조사를 의뢰한 경우가 13만8000여 건(59%)에 달했다.

 세관 직원들이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사람 10명 중 6명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적발률은 2002년(2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몰래 들여오는 물건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화장품·카메라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핸드백과 시계가 주종을 이룬다고 세관 측은 설명했다.

 세관 관계자는 “족집게 검색을 할 수 있는 것은 ‘4중 그물망 감시’ 덕”이라고 말했다. 세관은 여행자 정보 분석시스템(APIS)에서 입국객 중 요주의 인물을 가려낸다. 밀수 등의 전력이 있는 요주의 인물정보를 활용해 검사 대상자를 미리 정하는 것이다. 100명을 검사한다면 이 중 20명 정도가 이미 내릴 때부터 세관원의 감시를 받는다.

 첨단 장비도 수상한 사람을 골라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여행객이 부친 짐은 무조건 X선 검사를 거친다. 세관 직원이 모니터로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 하나하나 검사한 뒤 조사가 필요하면 노란색 태그를 붙인다. 세관 구역을 지나는 입국객을 관찰할 수 있는 폐쇄회로(CC) TV도 무려 300대나 된다.

 사복을 입고 여행객 틈에 끼여 수상한 행동 여부를 관찰하는 로버(Rover·배회자)의 역할도 적지 않다. 이들은 현장에서 행동이 어색한 사람을 골라 무선으로 출구 직원에게 조사를 요청한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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