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自 개혁,黨風 활성화부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자당전당대회를 보면 당개혁의 나팔소리만 높았지 실제 무슨 개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연설듣고,박수치고,가수들이 나와 노래부르는 대회모습이 역대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하나도 달라진게없고 관심의 초점이 돼온 당대표도 육사8기에서 14기로 바뀌었을 뿐이다.세계화개혁을 한다고 연초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전당대회치곤 너무 알맹이없는 이벤트로 끝났다는 느낌이다.사람의물갈이가 된 것도 아니고,당운영이 바뀐 것도 없다.상명하복(上命下服).일사불란의 경직성만 더 굳어진 것같다.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는 민자당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민자당개혁은 전당대회로 완결된게 아니라 이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우선 당대표의 인선과정만 봐도 군이나 행정조직도 아닌 정당에서 대의원 은 물론 당간부들조차 누가 자기들의 지도자가 될지 모르는 채 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현장에 가서야 비로소 알고서도 만장일치의 박수를 치는 것을 보면 李씨가 아니라 金씨나 朴씨라도 마찬가지로 박수가 나왔을 것이 틀림없다.1 백70여명의 국회의원이있고,수천명의 대의원이 있어도 그들의 의사가 표출되고 집약되는과정이 없다.그동안 어지럽게 나돈 하마평(下馬評)은 언론에도 책임이 있지만 차라리 정치공해(公害)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부 경선제 도입등 개혁작업에 있어서도 당차원의 줏대나 방향감각은 찾아볼 수 없었고,일일이 위의 눈치를 살피고 여론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을 뿐이다.
우리는 민자당이 다짐하는 세계화나 국민정당.정책정당을 하자면이런 당풍(黨風)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본다.입은 많아도 말은적고,소속의원은 수두룩한데도 정책이나 당운영에 의견이 없는 풍토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상명하복은 필요 하지만 상명(上命)이 나오기까지는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풍토의 이런 활성화 없이는 당헌과 정강.정책을 어떻게 고쳐봐도 개혁이 제대로 될리 없다.민자당의 새지도부는 바로 이점에서부터 당개혁을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