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 현장 일기] 시청률 미워! 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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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6시대 프로그램에 방송국 내 많은 이들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방송 3사 시청률 경쟁의 핵심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신설한 '일요일은 101%' 팀에 합류했을 때 선배들의 충고와 격려가 이어졌다. 밤새는 일이 많고 규칙적인 생활이 힘드니 건강에 애써라, 짬이 날 때마다 잠도 많이 자두라고 했다. 힘든 만큼 배우는 것도 많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 걱정할 만큼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걱정거리가 닥쳤다. 우리 프로그램의 항해 자체가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출범 때부터 '일요일은 101%'는 시청률에서 경쟁사 프로그램에 뒤졌다. 다들 충격이 컸다. 특히 MBC의 오랜 6시대 지킴이 '일밤(일요일 일요일 밤에)'은 30% 가까운 시청률로 쾌재를 불렀다. 우리 쪽은 겨우 5, 6%였다. 우리 프로그램은 공익과 오락, 둘 모두를 잡으려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대부분 코너에 일반인의 출연이 많았고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대표 코너인 '꿈의 피라미드'는 취업을 향한 젊은이의 열정과 풋풋함이 가득하다. 그러나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농담삼아 '일요일은 101%'가 이번 봄개편 때 막을 내릴 확률이 101% 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청자가 TV에서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날 확률은 0에 가까워질 것이다. 일요일 저녁 시간대가 꼭 예능 프로그램의 격전장이 될 필요가 있을까. 시청률이 그렇게 중요한 잣대일까. 이런 고민에 앞서 '오락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꼭 연예인일 필요가 있는가, 연예인의 입담과 재치만이 시청자를 웃기는 원동력인가'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자. 그렇다면 우리 팀이 이토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텐데.

김태균 '일요일은 101%' 조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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