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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욱칼럼>후보競選制 좋긴한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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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시리즈의 문을 열 오는 6월의 4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전당대회를 여는등 선거채비가 한창이다.
黨의 세계화 개혁이란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던 7일의 민자당 전당대회는 김종필(金鍾泌)대표를 퇴진시킨 것 외엔 막상 바꾼다던 당명(黨名)도 안바꾼데다 새롭지도,실세도 아닌 인물을 얼굴로 내세워 참신한 맛도,개혁의 의미도 별로 살리지 못했다.민주당의 경우도 24일 전당대회가 당대표의 위상을 약간 강화한다는임시변통적 성격이 강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개혁과 변화의 내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다만 전당대회 과정을통해 제시된 당직및 각급 공직선거,후보 경선제(競選制)가 일단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정당들은,민주주의를 코에 걸고 다니는 야당까지를 포함해 모두 당내 민주주의와는 담을 쌓아왔다.하나같이당내 행태와 분위기는 권위주의적이었다.당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군지휘관이 작전하듯 당원의 입후보 여부와 입후 보 지역을 결정해왔다.이렇게 당지도부의 손에 정치생명이 쥐여있는 정치인들이 지역주민이나 국민의 신망보다는 당지도부의 신임에 연연할 수밖에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입후보경선제는 당내 권위주의의 질곡을 깨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더 나아가 상향식(上向式)입후보공천제는 민주정당의 징표라고도 할 수 있다.사실 구미(歐美)선진 민주국가들은 모두 상향식 공천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정당들은 지역당위원회에서 그 지역 선거에 내세울 후보를 결정한다.후보자들이 제출한 서류 심사와 면접에 이어 연설 정도를 들어보고 후보를 결정한다.
이 결정은 중앙당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한 그대로 승인된다.
독일에서도 후보공천은 철저히 지구당의 권한이다.지구당 공천자가 현저히 지명도가 낮거나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중앙당에서 조정되기도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다.
미국은 좀 특이한 제도를 지니고 있다.미국의 정당후보 공천제도는 州마다 다른데 대체로 두가지다.하나는 선출된 지역 대의원들이 입후보자를 뽑는 제도다.다른 하나는 예비선거제도로 대부분의 州는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예비선거제도도 크게 두가지인데 폐쇄예선제는 정당원만이 그 정당의 공천자 선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고,공개예선제는 투표 참가자가 모든 정당의 투표용지를 받되 그 중 한 정당의 용지를 마음대로 선택해 비밀투표하는 방식이다.
모두 상향식 후보공천제도이긴 하지만 위원회제도는 당간부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반면 미국의 예비선거제도는 유권자들의 취향이 광범하게 투영된다.
우리로서는 상향식 공천제도 자체가 없었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진전이긴 하다.
그러나 35년만에 처음 시행되는 지방자체단체장 선거의 경우는그에 합당한 인재 축적이 정당 내부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한 외부 인재영입이 불가피하다.필요한 인재를외부로부터 영입하는데 지역 당간부의 입김이 강 하게 미치는 위원회제도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당장은 당내에 뿌리가 없는 외부인사가 기성 당간부들의 기득권 유지 벽을 뛰어 넘기는 어렵다.이런 식의 경선제도에선 탐낼만한 실력있는 외부인사들은 공천도전 자체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외부인사 영입에는 이보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권위주의적인 하향식 공천이 훨씬 효과적일지 모른다.그렇다고 이번에도 하향식 공천에 안주하면 후보경선제는 또한번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광범한 선거인단 필요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다.우선 외부영입이 불가피한 단체장후보 공천의 경우만이라도 미국의 폐쇄예비선거제와 비슷한 광범한 예선단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기성 당간부의 기득권을 봉쇄하고 지역주민들의 성향과 선호,다시말해 민심을 반영할 정도의 광범한 정당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치자는 것이다.
이번 단체장 후보 공천의 경우는 이정도의 경선제가 아니면 하향식 공천보다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정당들은 경선제도입에 앞서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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