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하듯 즐기면 아이 영어실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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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려면 먼저 즐겁게 책읽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아이에게 직접 영어교육을 하는 어머니 윤찬희씨와 딸 영지양이 영어책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정치호 기자]

‘영어 실력도 부족하고 발음도 안 좋은데 집에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도 될까?’ 딸 류영지(12)양을 영어 영재로 키운 윤찬희씨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술 더 떠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게 할 수 있단다. “저도 영어를 잘 못해요. 하지만 아이와 함께 놀이하듯 즐기니까 아이 영어 실력이 쑥쑥 크더라고요.” 학원도 안 다니고 해외 체류 경험도 없지만 외국인과 농담을 주고받는 영지는 영어로 일기도 즐겨 쓴다. ‘보통 엄마’를 위한 영어 교육 안내서 『책 잘 읽는 아이가 영어도 잘한다』(리더스북)를 펴낸 윤씨의 영어 교육법을 들어보자.

◆읽기:책 읽는 습관부터 들여라

아이가 두 돌 되면서부터 ‘엄마표 영어 교육’을 시작한 윤씨는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즐겁게 책 읽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영어책만 고집하라는 건 아니다. 다양한 책에서 배경지식을 얻으면 영어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예컨대 영어책을 읽다가 ‘desert’라는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도 사막에 대해 알고 있던 영지가 앞뒤 문맥을 파악해 ‘사막’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영어책은 한글 동화책을 읽어줄 때처럼 느낌을 살려 재밌게 읽어준다. 처음 영어책을 접하는 아이들은그림 읽기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일일이 단어를 찾아줘선 안 된다. 아이가 전체 내용을 파악해 뜻을 유추하도록 하면 된다.

 ◆듣기:영어 비디오 틀어주자

윤씨는 세 돌 무렵 ‘알파벳 ABC’ 같은 영어교육용 비디오를 틀어줬다. ‘정글북’ ‘피터래빗’ 등 만화영화도 보여줬다. 아이가 비디오를 볼 때는 늘 옆에 있었다. 내용을 정확히 들었는지 확인할 필요는 없다. 물어오면 답해 준다. 비디오와 관련된 책을 주변에 놓아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이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우리말 자막으로 먼저 보여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게 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새 것에 두려움을 갖거든요. 그러니 비디오 하나를 다 외울 때까지 반복해서 보여주지는 마세요.” 

◆말하기:완결된 문장으로 말하자

“단어만 영어로 쏙 바꿔 말하는 ‘브로큰 잉글리시(broken english)’는 최악의 영어교육입니다.” “밀크(milk) 마실래?” “헝그리(hungry) 하니?” 등이 그런 예다. 영어와 한글을 마구 섞어 사용하면 단어 실력은 늘지 모르지만 문장 실력은 늘지 않는다. 아이에게 혼란만 준다.

아이에게 영어로 말할 때는 하나의 완결된 문장으로 해줘야 한다. 그러자면 간단한 생활영어부터 외워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영어로 말하는 걸 주저하는 아이라면 책에서 읽은 내용을 게임하듯 묻고 답하는 ‘브레인 퀘스트(brain quest)’를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윤씨는 “문장이 틀려도 지적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기다려주라”고 말했다. “엄마들이 발음 때문에 걱정하는데 책과 함께 테이프를 병행해서 들려주면 감각적으로 정확한 테이프 발음을 따라갑니다.”
 
◆쓰기:문법 공부 시키지 마라

윤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일기를 쓰기 시작한 영지에게 문법 공부를 시켜본 적이 없다. 영어책을 자주 읽다 보면 자연히 단어와 어휘가 풍부해지고, 문장 패턴이 통째 익혀져 문법의 기초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암기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 순간부터 영어책이 학습 도구가 돼 흥미를 떨어뜨려서다. 윤씨는 “영어 공부는 얼마나 꾸준히 지속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며 “엄마가 자신의 영어교육 방법에 대해 회의가 들더라도 확신을 갖고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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