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에서 개그맨으로 웃기는 변신 강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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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호동이」 강호동(24)에게 지난 94년은 남다른 기쁨의 한해였다.모든 이의 선망을 받던 천하장사 샅바를 풀어헤치고 알몸으로뛰어든 개그계에서 우수상(MBC)을 받아 웃음꾼으로 정식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1백83㎝의 키,1백15㎏의 비대한 몸집,보통사람의 두배는 족히 되는 터질 듯한 얼굴은 작고 예쁜 얼굴만 선호하는 TV와는 인연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째질 듯 가는 눈을 실룩이며 『잘 봐 주이소』하고 애교(?) 떠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천하장사 출신의 특이한 코미디언에게 쏟아지던 초기의 관심만으론 결코 얻을 수 없는 지속적인 인기다.『오늘은 좋은날』에서 멍청하지만 순수한 호동이役은 그만의 퉁퉁한 몸집과 낙천적인성격을 그대로 반영,시청자들에게 「귀여운 광대」의 이미지를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다.
그의 인기는 개그에서 그치지 않는다.지난 설날 개그맨 노래경연대회에서 남진의 신곡을 멋지게 불러제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그는 이미 지난해말 꼬마동료 포동이와 캐럴음반까지 낸 가수이기도 하다.
모래판과는 뿌리부터 다르지만 생존경쟁의 열도(熱度)만은 덜함이 없는 개그계에서 데뷔 1년6개월만에 「웃음장사」타이틀을 거머쥔 비결은 어디있을까.
89년 18세의 나이로 씨름판에 입문한 그는 3년6개월이란 짧은 기간중 천하장사를 다섯차례,백두장사를 일곱차례 획득하며 확고부동한 모래판스타로 군림했다.
괴성과 함께 호쾌한 들배지기로 상대선수를 메다꽂는가 하면 승리의 순간 감격의 눈물대신 텀블링을 선보이는 쇼맨십으로 「제2의 이만기」칭호를 들은 것도 이때.
그러나 쇼맨십이 지나쳐 무단이탈등 돌출적 행동으로 소속 씨름단과 마찰이 잦던 끝에 92년 5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격은퇴를 하고 만다.
전속계약 조항에 걸려 다른 팀 이적도 길이 막히고 바라던 대학진학 마저 좌절된 그에게 평소 그의 「끼」를 눈여겨본 방송사의 출연제의가 들어온다.
선수시절 드라마 『사랑의 풍차』에 잠깐 나온것을 빼면 생면부지의 연예계였지만 「한서린 씨름판을 뒤로한 터에 무서울게 뭐냐」는 오기로 『코미디 동서남북』에 출사표를 던진다.
신인의 운명(?)인 바보개그를 떠맡은 그는 천진난만한 웃음과능숙한 즉흥연기로 바보연기의 함정인 작위성을 극복하고 코미디언으로 변신에 성공한다.
이어 발탁된 『오늘은 좋은날』에서도 호연을 펼친 끝에 지난해초부터 미녀 박주미와의 순애보를 그린 「소나기」에 고정출연,우후죽순의 성장가도를 달린다.
그 이면엔 하루 3시간이상 자지않고 연습하던 선수시절보다 더욱 혹독한 자기훈련 과정이 숨어있었다.
코미디말고도 CF출연.각종행사 참여등으로 녹화직전 스튜디오에서의 오수가 수면의 전부일만큼 바쁜중에도 대본만은 다른 이보다3~4차례 더 외우는 버릇을 유지하고 있다.『부족한 경력과 머리를 노력으로 때운다』는 그는 또하나의 약점인 경상도 사투리 순화를 위해 얼마전부터 연필을 입에 물고 발음을 통째 바꾸는 「강훈」에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 그는 한가지 고민스런 경험을 했다.설날 KBS주최의 흘러간 장사씨름대회에 출전제의를 받았으나 바쁜 일정과 MBC개그맨의 신분때문에 모처럼의 「귀향」을 포기해야 했던 것.
『모래판에의 향수는 여전하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프로페셔널 웃음꾼』이라는 그는 『만일 앞으로 모래판에 다시 서게된다면 「개그맨이 씨름선수됐다」는 뉴스가 나올만큼 철저한 웃음꾼으로 변신하고 싶다』고 가슴을 편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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