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바람 지도’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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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발 800m가 넘는 강원도 대관령에는 여름에도 몸이 오싹할 정도로 바람이 ‘쌩쌩’ 분다. 능선 곳곳에 설치된 풍력발전기(49기)의 바람개비는 바람결에 맞춰 돌아가며 전력을 생산해 낸다. 전체 발전용량은 연간 10만㎾가 넘는다. 5만 가구에 전기를 댈 수 있는 규모다. 대관령이 풍력발전단지로 각광받게 된 것은 바람이 늘 세게 불기 때문이다. 연평균 풍속이 초당 6.53m에 이른다.

 전남 여수 지역도 바람은 강하게 분다. 연평균 풍속이 초당 6.1m로 대관령과 맞먹지만 그곳엔 풍력단지가 없다. ‘바람의 질’ 차이 때문이다. 1년 내내 바람이 부는 대관령과는 달리 여수에선 여름에 바람이 잠잠해 풍력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은 14일 전국 612개 지점에의 ‘바람의 품질’을 담은 풍력자원지도를 발표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바람개비 높이와 비슷한 50m와 80m 높이에서 ▶ 연평균 풍속 ▶ 월별 풍속 ▶ 풍향의 변화 ▶ 초속 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시간 비율을 조사했다. 기상청은 예전에도 일부 지역의 풍속은 측정했다. 하지만 바람이 센 곳이 어디인지, 풍력발전소 후보지로 검토할 만한 곳이 어딘지를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기상청 이동일 자료관리서비스팀장은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무한대로 재생이 가능한 바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풍력자원지도를 만들었다”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9%로 높이려는 정부 계획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강한 곳은=대관령보다 바람이 센 곳도 많다. 미시령과 제주도 고산면의 연평균 풍속은 초당 8.7~8.8m다. 제주도 남쪽 마라도와 흑산도·백운산 등 12곳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7m가 넘는다. 하지만 바람이 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초속 5m 이상이면 풍력발전이 가능하지만,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풍속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늘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관령은 주 풍향인 서풍이 연간 90.2%를 차지하지만 여수에서는 주 풍향인 북서풍이 43.2%에 불과하다. 바람이 여러 방향에서 불어오는 것이다. 초속 5m 이상의 바람 비율도 대관령은 1년 중 70.2%지만 여수는 62.6%로 차이가 난다.

강찬수 기자

◆풍력 발전=바람의 힘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바람이 풍차처럼 생긴 풍력발전기의 날개(사진)를 돌리고, 날개가 돌아가는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낸다. 풍력발전은 무공해 바람을 이용하는 청정 에너지다.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석탄·석유와는 차이가 있다. 풍력 발전기는 바람이 세고, 풍차가 클수록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낸다. 풍력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변전시설과 송전시설을 거쳐 일반 주택과 공장까지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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