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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빅뱅’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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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에 이어 대기업들이 속속 증권사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투자은행(IB)업무 선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6월 유진그룹이 서울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14일 신흥증권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화재를 인수한 롯데그룹도 증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다 은행과 기존 증권사도 몸집 불리기를 위한 추가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중소형 증권사의 몸값이 치솟고 주가도 뛰는 등 ‘M&A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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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왜 증권사 인수하나=자통법은 현재 증권·자산운용·투자자문으로 칸막이를 쳐놓은 증권 업무를 금융투자회사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여기에 지급결제 업무까지 허용한다. 사실상 증권사가 은행과 비슷해진다. 펀드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각종 IB 업무 수요가 늘면서 금융산업 중에서도 증권업의 전망이 밝다.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내다본다면 대기업 입장에선 증권업을 ‘신 수종사업’으로 꼽을 만하다.

새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입장도 대기업이 증권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IB 업무 수요가 많다. 주력인 현대차·기아차의 지속적인 해외 수출 및 생산 확대 외에도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런 사업엔 증권사 도움이 필수적이다. 한화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해외 법인 설립, 현지 자본 확충, 자산유동화증권(ABS) 및 회사채 발행 등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IB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현대카드·캐피탈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판매로 들어오는 돈을 굴릴 자산운용사도 아쉬운 상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신흥증권을 단순히 그룹 내 IB 업무를 맡을 회사가 아니라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김덕모 부사장도 “신흥증권을 글로벌 IB로 육성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증권업계는 은행이나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과 대기업 계열로 크게 나뉠 공산이 크다.

◆중소형 증권사 테마 뜨나=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이 한누리증권을 사들였고 이달 5일에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이 위탁매매 중개사인 BNG증권중개를 인수했다. 기업·SC제일·부산은행도 증권사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 NH투자·유진투자·동부증권 등도 그룹의 후광을 업고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겠다는 전략이다. 증권사를 만들어 인력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금액과 시간을 감안하면 신설보다는 인수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도 현재의 수익구조와 규모로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파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14일 코스피지수가 1% 가까이 떨어지는 약세장에서도 부국(4.02%)·한양(5.15%)·유화(5.19%)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는 강세를 나타냈다.

고란·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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