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생태계 어떻게 되살아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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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강종합개발이 빚어낸 생태계 파괴현상으로 멸종위기에 놓였던 한강의 일부 육상식물.담수어,조류의 종(種)과 개체수(個體數)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생명력을 잃어가던 한강의 생태계가 수질개선의 영향으로 서서히 소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강원대 조규송(趙圭松.생물학과)교수.서울대 김준호(金俊鎬.생물학과)교수등과 공동으로 93년부터 94년까지 실시한 「한강생태계 조사연구」결과는 이같은 한강생태계의 소생을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87 ,90년에 실시한 한강생태계 조사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동사리.납자루.가물치.송사리.웅어등 토종 민물고기까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동사리등은 강원대 趙교수팀이 한강하류 지역에서 물고기 서식조건이 가장 좋은 밤섬 인근 강바닥에 길이 40~50m짜리정치망을 3일간 설치,민물고기 서식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趙교수팀은 이같은 방법을 이용,네차례에 걸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에 발견된 민물고기들이 한두마리만 우연히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군(群)을 형성하며 집단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시가 4천1백3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서울시는 이후 4년동안 한강유람선 운항을 위해 각종 동식물의 주요서식처인 강바닥의 모래.자갈을 긁어내고 곳곳에 콘크리트물을 설치,생태계파괴를 자초했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이같은 마구잡이 개발로 생명력을 잃어가던 한강 생태계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어 의미가 큰 것이다.
물론 잠실과 신곡 수중보의 건설로 잠실~신곡사이 한강하류가 거대한 호수로 바뀐데다 한강개발로 수심이 깊어져 동식물의 산란및 서식처가 없어지는 바람에 급격한 생태계의 회생을 기대하기는불가능하나 더이상 악화되지 않은채 긍정적인 변 화가 일고 있다는 것이 조사팀의 판단이다.
60~70년대에 비해 한강 일원에 서식하는 육상식물.민물고기.조류의 종과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모래무지.황복등은 한강하류에서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나 80년대와 비교하면 완만하게 나마 생물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서울시가 80년이후 꾸준히 계속해온 수질개선 사업의 결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80년대 4급수에 불과하던 한강하류 주요 지점의 수질이 점차 개선돼 90년대 들어서는 대부분 3급수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강하류 수질악화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안양천의 경우 84년 1백28.6PPM이었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89년에는 96.2PPM,90년 68.9PPM,92년 52.1PPM,93년 27.7PPM으로 현격히 개선되고 있다.
서울시는 80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여억원(94년 건설비기준)을 투입해 7백75㎞의 분류하수관로를 설치했으며 80년대초까지중랑 한 곳 밖에 없던 하수처리장을 가양.탄천.난지등 4곳으로늘리고 2차하수처리까지 완료,한강수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하게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노력으로 낙동강을 비롯,영산강등 전국 주요 하천의 수질이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반해 한강만은 수질이 점차 향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강의 생태계를 최소한 70년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강변을 콘크리트로 뒤덮어놓은 한강종합개발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종합적인 처방이 요구된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李哲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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