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열기 벌써 달아오른다-설연휴 앞두고 줄줄이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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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해들어 전국 곳곳에서 동창회를 비롯,종친회.향우회 등 각종지연.학연.혈연 모임이 러시를 이루는가 하면 대규모화하고 있다. 특히 설날연휴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선 신년교례회,동창회 발족,지역현안을 연구하는 연구소 추진모임등 갖가지 명목을 앞세운모임을 알리는 신문광고가 부쩍 눈에 띄고 있으며 정기모임외에도각종 단체들의 창립총회와 발기회 모임이 크게 늘 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는 반드시 오는 6월 실시되는 4대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등장,노골적으로「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일부는 정치성 발언도 서슴지 않아 벌써부터 지방선거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들은 법에 저촉되는 사전선거운동을 의식,정치성을 심하게 드러내지는 않고 있으나 참석자들에게 이들이 모임을 주도했다는 것은 확실히 인식시키고 있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실태=지난 21일 경북발전동우회가 대구시민체육관에서 가진「경북신년교례회」의 경우 지난해까진 없던 행사였는데 경북도내 24개 시.군에서 1천2백여명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경북도내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의원.기초의회 의원등 정치권인사,시장.군수등 기관장들과 각종 사회단체장들이 대규모로 참석,사실상 정치행사를 방불케했다.
또 대구시새마을금고연합회가 새마을금고 출신의 기초.광역의회 의원등 1백명의 유지를 초청한 신년교례회 모임에서는 대구지역 출마예상자들의 인사발언이 사실상 정치연설에 가까운 지지호소 발언으로 일관됐다.
특히 전두환.노태우前대통령이 졸업한 대구공고와 경북고가 올들어 대규모 신년교례회를 가졌으며 경북대와 영남대동창회도 지난해말 망년회에 이어 신년교례회를 연달아 열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구청장 출마예상자가 최근 광주시내 중심가에 문화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갖가지 연구소.산악회 등의 이름으로 앞으로 선거캠프로 활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편 지역에 따라 선거에 유리한 정당 공천을 따내기 위한 물밑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해당 정당의 실세와 접촉을 벌이거나종친회.동창회 등 혈연과 학연을 동원한 공천경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10여명 이상의 민선시장 출마예상자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강릉시의 경우 강릉金씨.강릉崔씨와 이 지역 최대학맥인 강릉상고와 강릉농공고등 혈연.학연을 중심으로 일부 유지급 인사들사이에 단일후보 추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제점=출마예상자들마다 저마다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기관장들을 모임에 불러내는 바람에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신년교례회에 여섯차례나 참석했다는 대구시 K구청장은『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예년에 비해 신년교례회가 훨씬 많아졌다』면서『기관장들이 신년교례회에 불려다니느라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兪政源.金善王.具斗勳.洪昌業.梁 聖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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