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왜 세대교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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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정치에서 세대교체 문제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번 대통령 선거에 앞서 당시 자칭 차세대라는 몇몇 인물들이 3金구도 청산을 외치며 세대교체론을 제기했으나 그 인물들의 함량부족으로 결국은 구호로 끝나고 말았다.
연초 여야에서 다시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차세대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양金씨를 의식해『아무리 훌륭한 인재도 때가 되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정치인 정년은 70세』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세대교체를 말하는 쪽의 이러한 논리나 자세를 보면 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없다.
기껏『늙었으니 물러가라』는 얘기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70세 정년론이나 일출일몰론(日出日沒論)이 그들의 세대교체 명분의전부다. 특히 차세대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왜 바뀌어져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舊세대와 똑같은 생각.처신을 하면서 구세대는 물러가라 하니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이제 내 차례가 됐으니 그만 비켜나라』는 얘기 밖에 안된다. 그러니『64세 늙은이가 69세 보고 물러나라고 한다』는 비아냥 밖에 듣지 못하고 있다.
자연연령만으로는 세대교체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령에도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우리는 쉽게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소위 차세대라는 인물들이 과연 구세대와 다른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각 시대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것이 있으며 각 정치세대는 이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한다. 사실 3金씨는 근대화와 민주화가 가장 절실했던 시기의 정치세대였다.한사람은 근대화 쪽에서,다른 두사람은 민주화 쪽에서 일생을 보내온 사람이다.근대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합작으로 金대통령이 탄생됨으로써 사실 이 세대의 시대정신은 완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차세대는 근대화와 민주화를 밑거름으로 하여 새로출현하고 있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중세의 천동설(天動說)이 근대의 지동설(地動說)로 바뀌는 것만큼 대변화 과정에 있다.산업사회.대량생산 사회에서 지식사회.정보화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통신과 컴퓨터의 발달은 지금까지 대의(代議)민주제를 직접민주주의로 바꾸어 놓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국민이 집에서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직접 의사를 반영하는 사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영웅으로 떠오른 뉴트 깅리치하원의장은「정보시대를 위한 권리장전(A Magna Carta for the Information Age)」을 준비하고 있다.그는 국민들이 각자 집에서 모든 의회 발언과 심의되는 법안을컴퓨터 인터네트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전자기록보존소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전 먼저 내놓아야 그는 스스로를 자유주의적 미래주의의대변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40대 신세대들이 라빈총리등 70대의 건국 지도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국가안보만을 제일의 시대정신으로 삼았던 세대 대신 개인의 행복을 제일의 가치로 추구하게 된 신세대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우리 정당이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미래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차세대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대변할 것인가에대한 비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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