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할 수 있는 부분 압박해야 대북정책 해법은 상대적 상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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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북한과의 관계에선 퍼주기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압박도 정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없었던 걸로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 정권이 바뀌었다고 주판알을 흔들듯 남북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북한이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대적 상호주의’가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9일 북한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민병천(76·사진) 전 동국대 총장이 새 정부에 대북정책과 관련한 주문을 쏟아냈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철저한 상호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남북이 신뢰를 쌓고 한 단계 발전하려면 북한도 핵문제·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돼 과거로의 일방적인 회귀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올해로 북한연구 45년째를 맞는 그는 “남북문제는 민족문제이자 국제문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한쪽으로 기울어선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만다”며 “재임기간 중 더욱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한국이 전세계에서 북한연구의 최고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분단 초기에는 북한이 공산주의 세계화를 표방했지만 현재는 남한이 세계화를, 북한이 민족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국내외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만큼 북한에 대한 접근은 이러한 국제적 변화를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장은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국대 대학원을 거쳐 1963년 국방대학원 조교수로 부임하며 북한연구의 길에 들어섰다. 71년 동국대 정외과 교수로 옮겨 안보연구소를 세웠다.

 동국대 총장으로 재직중이던 94년에는 앞으로 북한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 교육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첫 북한학과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한발 앞선 학자로 꼽히던 그이지만 자신은 스스로 ‘합리적 보수’로 규정한다.

 국민훈장 석류장·목련장, 동국대 총장, 서경대 총장, 사립대학 총장협의회장, 한국 정치학회 회장 등의 화려한 이력에도 그는 ‘북한전문가’로 불리길 바란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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