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인터뷰>19.白樂晴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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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에 실린 글이 60년대부터 시작되는데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주제로 쓴다면.
▲70,80,90년대에 각각 묶은 『민족문학과 세계문학』Ⅰ.
Ⅱ권과 『민족문학의 새단계』는 모두 일관된 입장에서 씌어졌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단지 지금 발표된다면 당시만한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그만큼 민족문 학론이 담고 있는 주장이 상식으로 자리잡았다는 뜻도 되고 순수주의가 주류를이루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된다.
-왜 순수문학이 아니고 순수주의인가.
▲70년대 문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순수.참여 논쟁때 순수측 입장은 문학이 현실을 비판하면 본령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문학의 기능을 극도로 편협하게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성이 강했기 때문에 주의라고 부른다.그 당시 순수측은 진정한 순 수문학과는 구별되어야 한다.순수를 주창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정치권을 맴돌지 않았는가.
-민족문학론을 쉽게 설명한다면.
▲문단에서의 순수.참여 논쟁은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에서 벌어진낙후된 현상이었다.세계 문학에서는 그런 논쟁을 찾아보기 어렵다.어쨌든 한국문단에 몸담고 있는 평론가로서 나의 주장은 한국의문학인들이라면 문학을 통해 외세문제와 민족분단 ,민족의 아이덴티티등 민족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80년대들어 젊은이들의 비판도 만만찮았는데.
▲5공화국과 광주사태등을 거치면서 민족문학 내부에서 논쟁이 치열해졌다.내게도 민족만 이야기하고 계급문제등을 무시해 민중적인 비판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하지만 민족을 추상적인 관념으로 보지 않고 민중중심으로 접근하면 계급문제.민중문제.노동자문제등에 자연스럽게 닿지 않는가.90년대 들어오면 많은 젊은이들이 침묵하거나 선배들의 주장을 재발견했다.
-분단체제아래에서 작가에게 필요한 시각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파악해야 한다.그렇게 되면 한국만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남북한 공동의 문제,세계적인 문제로 문제의식이 확대될 수 있다.무조건적인 통일보다 분단으로 안게된 각종 모순의■극복이 선행되 는 통일이 바람직하다.
-우리 문단의 병폐를 꼽는다면.
▲지나치게 상업주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다.상업주의에영합하지 못하는 부류들은 고답적이거나 폐쇄적으로 흐르는데 가장바람직한 것은 상업주의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좋은 의미에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그런 대표적인 작가로 고은과 신경림.황석영을 꼽고 싶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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