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원류를찾아서>7.힌두교 聖地 인도 바라나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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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갠지스강 중류에 있는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성지.연일 수만명의순례자들이 몰려들고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길거리에 마차와 자동차들이 인력거와 뒤엉켜 거북이 걸음을 한다.그러다가 이곳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소라도 한마리 걸어나오면 교 통은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
시바神이 은하수를 히말라야로 흘러 내려 생겼다는 갠지스강은 인도인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죽기 전에 시바가 만들어낸 성지 바라나시에 가서 강물에 몸을 씻어 속죄하는 것이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염원이다.수천리 길을 묵묵 히 걸어서 바라나시로 가는 순례자들이 소망하는 것은 부귀영화도,극락왕생도아니다.그들이 염원하는 바는 성지 바라나시에서 죽어 그 재가 갠지스강에 뿌려지는 것이며,가능하다면 내세에 바라나시의 성우(聖牛)로 다시 태어나 바라나시의 거리 를 배회하는 것이다.실제로 이곳에서는 소가 숭배의 대상으로 항시 정중한 대접을 받는다. 힌두교는 어느날 예언자가 갑자기 나타나 자기를 믿으라고 외침으로써 생긴 「인위적인」종교가 아니다.힌두교는 태초의 인류가갠지스강 유역에서 문명을 이뤄낸 때부터 신화와 전설 속에 성장해온 민속적인 신앙이다.기원전 1,700년께 침입 한 아리안 족도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의 민속신앙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다신교인 힌두교의 교리는 신화와 전설이 어우러져 화음을 이뤄내는일대 서사시다.
우주를 창조한 神 브라마는 질서의 神 비슈누와 파괴의 神 시바와 함께 힌두교의 골간을 이루는 삼신(三神)이다.이 가운데 비슈누는 지상에 정의가 무너졌을 때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10개의 화신으로 출현한다고 한다.이 10 개의 화신 가운데 아홉번째가 부처이고 열번째가 미래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불이다.이런 점에서 보면,힌두교는 불교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일부로 포용하는 것이 된다.힌두교에는 이러한 삼신 외에도 불교에서 말하는 사천왕에 해당하는 바이시타바나도 있고,염라대왕에 해당하는 야마도 있다.달의 神 찬드라와 태양의 神 수리야를 비롯하여 비의 神 파르자니야와 폭풍의神 르드라 등 각양각색의 神들이 다채롭게 존재한다.이와 같이 많은 神 가운데 사람들은 자신의 神을 선택하면 된다.개인적으로하나나 몇을 선택할 수도 있고 가족이나 단체의 神을 함께 신앙할 수도 있다.
먼동이 틀 무렵 갠지스강의 일출을 보기 위해 강가로 나갔다.
갠지스강 서안으로 흘러드는 바루나 강과 아시 강 사이에 펼쳐진수십㎞에 달하는 강언덕에는 곳곳에 가트라고 하는 계단들이 물가로 이어져 있었다.가트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 해 있었다.강건너 지평에 붉은 기운이 돌자,사람들은 경건한 자세를 취하였다.양미간에 붉은 칠을 하고 앉아있던 사람들은 옷을 훌훌 벗어놓고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으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강가에서가부좌를 틀고 앉아 구루(Guru )승을 따라 참선을 하는 나이든 요기들도 있었다.
이윽고 해가 솟아오르자 사람들은 합장을 하고 경배하며 기도를하기 시작했다.노란 사리를 가볍게 걸친 한 젊은 여인이 강물에몸을 담근 채 반짝이는 강물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강물 속에 머리를 깊이 넣었다가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강물을 움켜 마셨다.그리고 나서는 합장을 하고 하늘을 우러르며 기도를 하였다.얼마 후 그녀는 물가로 나와 돌 위에 향불을 피워놓고 강물에금잔화를 띄우며 한참 동안 소원을 빌고는 놋쇠항아리에 강물을 담았다.그녀는 그 항아리를 이고 먼 남쪽 데칸고원에 있는 고향으로 간다고 했다.더운 날씨에 항아리의 물이 상해버릴 것 같았다. 『이 물은 성수이기 때문에 상하는 법이 없답니다.우리 집에는 6년 묵은 성수가 있는데 아직도 말짱한 걸요.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성수를 먹이고 죽어가는 이의 입에도 성수를 떠넣는답니다.』 강 상류 쪽에 있는 마니카르니카라고 하는 가트에는 거대한 화장터가 있었다.장작더미가 야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붉은 천과 흰 천으로 덮인 시체들이 놓여 있었다.붉은 천은 여자이고 흰 천은 남자.붉은 천이 늘어진 끝으로 가무스 레한 발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발목에 감겨있는 은빛 발목걸이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이제 시간이 되면 그녀의 마른육신에 불이 타오를 것이다.검은 연기는 피어올라 구름과 섞일 게고,짧은 인생의 추억들은 허공으로 흩어질 게다.그 녀가 남기는 것은 결국 한 줌의 재.그 재는 사공의 구성진 노래 속에 강물위로 날릴 게다.
부다가야 방면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역으로 나갔다.오후 3시에 온다는 기차는 두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플랫폼은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하얀 암소 한 마리가 다가왔다.긴 뿔이 앞으로 구부러져 솟아오른 이 소를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소를 바라보았다.기다린 지 3시간만에기차가 도착했고 그때까지 소는 플랫폼을 이리저리 다니며 사람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석양에 기차는 갠지스 강을 따라 달렸다.붉게 물든 강물은 생의 애환 따위는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 타오르는 대지를 적시며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아침에 본 붉은 천에 덮인 여인이 생각났다.이름모를 검은 새들이 붉은 강물 위로 비 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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