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발해를 보면 우리 역사가 다시 보여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해동성국 발해
이이화 글, 김태현 그림
사파리, 380쪽, 1만30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대조영’을 즐겨 본 이들이라면 발해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터다. 그러나 발해사를 정리한 마땅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을 만한 책은 더더욱 없었다. 사실 발해사는 오랫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신라 중심으로 역사가 기술돼 왔기에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는 주변사로만 취급됐다. 오랑캐가 세운 나라라며 발해를 쏙 빼놓던 중국은 오히려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하나로 발해사를 자기 역사에 편입하려 하고 있다. 평생 한국사를 연구해 온 지은이의 이 책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책은 한때 고구려 땅이었던 당나라 국경 도시 영주에서 696년에 일어난 소수민족의 반란부터 이야기한다. 고구려 유민의 리더 대걸걸중상과 그 아들 대조영은 말갈족의 우두머리 걸사비우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양대 고구려 옛 땅을 나누어 다스리기로 뜻을 모은다. 그러다 대걸걸중상이 병으로 죽고, 걸사비우도 전사하면서 그 수하들이 모두 대조영 밑으로 들어온다.

드라마로도 익숙한 대조영의 발해 건국 역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번성, 쇠퇴에 이르는 발해의 흥망성쇠가 이어진다. 지은이는 그 흐름 속에서 발해가 우리의 역사인 이유를 설명한다.

지은이는 발해가 독립국이었던 근거를 일본의 사료까지 들어가며 이야기한다. 일본은 신라나 당나라의 사료와 달리 제3자의 입장에서 발해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발해 3대 문왕이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칭하고 자신을 ‘황상’이나 ‘대왕’이라 부르게 하는 등 고구려를 계승한 독립국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발해의 외교 전략, 국가의 구성 같은 큰 줄거리 외에도 문화·사회적인 풍습이 상세히 소개됐다. 예컨대 대조영이 ‘대’를 성으로 삼은 까닭엔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아버지 걸걸중상이 거란에서 ‘대사리’란 벼슬을 하면서 그 앞 글자를 성으로 삼았다는 설이 가장 믿을 만하단다. 거란국은 발해의 마지막 왕의 성을 강제로 ‘오’가로 바꾸게 했고, 고려로 망명한 마지막 왕자 대광현은 고려 왕의 성인 ‘왕’씨를 받아들인 탓에 고려에는 대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남자는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지만 여자는 고개만 숙였다거나, 움집에 구들(온들)을 놓았다는 등의 풍속도 흥미롭다.

지은이가 저자 서문에서 밝혔듯 “발해를 우리 역사로 복원시켜 우리의 가슴에 담아 두는” 데에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다만 어른에게도 낯선 발해사인지라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는다. 몇몇 용어는 풀이가 돼 있긴 하지만 문장이나 단어가 초등학생 고학년 수준에서 소화하기엔 다소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모와 자녀가 사전과 지도를 뒤져 가며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발해인의 생활과 문화를 다룬 부분에선 참고 그림이 좀 더 들어가도 좋겠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