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55 사이즈’를 잊은 중년여성 ‘M’라인이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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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입니다. 작은 사이즈에 집착하거든요.”
 
조금희(49)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브랜드에서 21년째 중년 여성들을 상대해온 그다. 옷을 고르는 여성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역시 같은 일을 20년째 해온 김혜숙(51)씨가 맞장구를 쳤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몸집이 불어요. 그런데도 ‘난 원래 55였어’라고 고집하는 여성이 많죠. 정말 난감하죠.”
 
이들은 요즘 보기 드문 숍매니저다. 각각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미스박’과 ‘제이알’이라는 디자이너 부티크를 지켜왔다. 한곳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여성과 옷’의 함수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디자이너 부티크는 요즘처럼 수입명품이 밀려 들어오기 전 한국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옷이었다. 당연, 그간 그들을 거쳐간 고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오랜 세월 현장에 살다 보니 웬만한 디자이너를 뺨치는 전문가가 됐다. 두 사람에게 중년 여성의 ‘옷 잘 입는 법’과 ‘옷 잘 사는 법’을 물었다.

베테랑 숍매니저에 물어보니

#사이즈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내 몸에 맞는 것을 사라’는 건 당연하지 아닌가.
 
“20년을 지켜보니 많은 사람이 당연한 얘길 지키지 않더라. 내가 보기엔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데도 유난히 고집하는 자신만의 사이즈가 있다.”
 
-왜 그럴까.
 
“젊은 시절에 대한 자존심 아닐까(웃음). 그래도 세월을 막을 순 없다. 체형이 변한 걸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한다. 어색한 사이즈의 옷보다 잘 맞는 사이즈가 진짜 자존심을 지켜준다.”
 
-사이즈가 왜 중요한가.
 
“암홀(옷에서 몸통과 팔 부분이 이어지는 곳)이 꽉 끼는 옷, 단추를 잠그고 옷을 여몄을 때 양 옆이 팽팽해지는 것을 상상해 보라. 본인이 살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밖에 안 된다.”
 

김혜숙(左)·조금희 매니저. 각각 다른 브랜드 매니저이면서도 20여 년을 한 백화점, 같은 층에서 일한 두 사람은 서로 “남편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진=김상선 기자]

-뚱뚱해 보이는 걸 감추려면.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 몸집이 있는 편이라면 겨울 옷이라도 되도록 부피감이 적은, 얇은 소재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른 체형에는 밝고 화사한 색이 어울린다. 몸집이 있는 경우엔 짙은 색이 더 맞다.”
 
#쇼핑은 되도록 혼자서
 
-쇼핑에 실패하는 경우는.
 
“함께 간 친구 얘기를 듣고 덜컥 샀다가 다음날 교환하러 오는 경우다. 친구와 함께 쇼핑하는 사람이 많다. 동행한 친구는 무조건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부터 ‘예뻐’를 연발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주변 사람이 좋아하거나 싫어해도 ‘옷은 내 맘에 들어야 즐겨 입게 되는 것’이다. 나와 취향이 비슷하고 절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혼자 쇼핑하는 것이 낫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은가.
 
“(친구 말만 듣고 산 사람들은)열이면 열 다음날 바꾸러 온다. 정말 옷 잘 입는 사람들은 대개 혼자 와서 입어보고 자신의 판단을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옷을 보는 안목도 는다.”
 
-매장에서 옷을 많이 입어 봐야 할까.
 
“맘에 드는 것이 있다면 일단 입어 보길 권한다. 옷은 입체다.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다. 귀찮더라도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선택하려면 반드시 입어 봐야 한다.”
 
#무엇을 살지가 먼저다
 
-어떤 사람이 옷을 잘 고르나.
 
“아무래도 전업주부보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하는 여성이 옷을 잘 고른다.”
 
-이유가 뭘까.
 
“사회 활동이 많으면 아무래도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 즉 TPO가 다양하고 그런 TPO에 맞춰 입을 일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옷이란 TPO에 맞지 않으면 본인이 아무리 만족한다 해도 사람들이 보기엔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쉬운 예로 남편 직장의 상사, 부하 직원들과 부부동반 모임이 있다면 현란한 무늬가 있는 것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이 더 맞지 않겠나.”
 
-남편들은 부인이 옷을 오래 고를 때 죽을 맛이다.

“쇼핑의 고수들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웃음). 내가 무엇을 사야 할지 정확히 알고 나온다. 이것 역시 TPO다. 필요한 옷이 떠오를 때 매장에 오면 된다. 상담 직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물어봐라. 구체적으로 어떤 옷이 필요한지 이야기하라. 남편 눈치 보지 않고 필요한 옷만 딱 집어서 입어 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강승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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