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앞장서는 주부모임 대한여학사회 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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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과 한국에 사는 외국 주부들이 매달 한번씩 만나는 장(場)인 대한 여학사회 포럼은 인종과 문화배경을 넘어 서로의 차이와 공통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국제화를 실천하는 모임이다.이처럼 한국속에서 여성들의 국제화 현장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보는 난을 마련했다.
『도토리 안에 있는 무한한 힘을 느껴보세요.도토리를 땅에 묻으면 떡갈나무가 솟아나지만 양고기를 묻으면 썩어 버리지 않습니까.』 앞으로의 건전한 식생활은 채식위주로 짜여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벽안(碧眼)의 비구니 무진스님의 말에 모임에 참석한 주부들은 너나 할것 없이 폭소를 터뜨린다.인종이 다르다,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차이점보다 가정의 건강을 책임지 는 주부라는 공통점이 이들에겐 더욱 크기 때문이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 서울 미국문화원 2층 강당에서 열리는 「대한여학사회(KAUW)포럼」.75년부터 10년동안 정기적으로 수십개국의 여성들이 한데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는 「세계화」된 주부모임이다.19일 토론주제인 「음식과 다이 어트」를 놓고 무진스님을 포함해 3명의 발표자와 40여명의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주부라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와 있는 외국주부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도 이뤄질수 있다는 점이 이 모임의 장점.모임의 주제는 한국주부와 외국주부들이 참여하는 포럼위원회에서 결정하며 10월 부터 시작,4월까지 토론을 진행한다.
94년과 95년까지 진행되는 토론의 대주제는 「미래의 최적 사회(Optimization Society of Future)」.개인의 태도와 목표,의식주등에서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보자는 것.
남편의 한국부임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이 자리에 참석한 베르타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부인은 『만두와 낙지볶음과 같은 한국음식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 모임을 통해서였다』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는게 이 모임의 취지 』라고 밝혔다.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오노부 나이지리아 대사부인,신시아들라미니 스와질란드대사부인,힐다나임 이스라엘 대사부인등도 이 모임을 통해 한국주부들과의 격의없는 친분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한여학사협회 회장인 소설가 한말숙(韓末淑)씨는 『이러한 주부모임이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민간외교구실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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