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일본에 미국式 주택 붐 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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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 지바현에 살고 있는 사업가 구가 야스히로(36)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미국식으로 지은 집에 사는 날을늘 꿈꿔왔다.2년전 마침내 그는 50여만달러를 주고 식민지풍의미국식 2층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부동산값이 가장 비싼 일본에 살고 있는지라그는 타협을 해야만 했다.전형적인 미국 가옥보다 3분의1 작은집에 만족해야 했던 것.구가 부부는 작은 방을 침실로 쓸 수밖에 없었다.『꿈꾸던 집의 축소판을 장만할 수밖 에 없었다』고 구가는 털어놓는다.
비교적 저렴한 수입자재로 짓는 미국식 가옥은 일본의 엄청난 건축비와 토끼장살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지난 5년간 7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전통양식의 가옥에서 규모는 작지만 미국식으로 지은 집으로 이사했 다.
그러나 널찍한 공간에 안락한 생활을 기대했던 이들은 상당수가겉만 번지르르한 집의 비좁은 거실에 살고 있다.꿈에도 그리던 집은 환상이었던 것이다.
수입자재로 짓는 집들은 값이 싸야 하나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집값이 전통가옥만큼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오히려 불편해 하기도 한다.
일본이 서양식 가옥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은 통나무집이 주말의휴식처로 한창 인기를 끌던 70년대초.일본정부는 지난해 서양식가옥이 2천채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한 민간기구의 자료에따르면 올해엔 5천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이같은 서양식 가옥 붐의 한 요인은 전형적인 일본가옥에 대한불만이다.도쿄지역의 경우 93년 가옥의 건평은 평균 35평,집값은 58만달러였다.일본식 집은 또 넓은 방은 없고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많은 사람들이 이런 토끼 장 같은 일본식 집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미국 스타일의 단독가옥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미국식 가옥이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집을 장만하는 것이 일부 사람들의 꿈임은 틀림없다.구가는『이제 이곳이 미국』이라며 축소판으로 지은 미국식 자택에 90% 만족한다고 자랑한다.그가 사는 지바의 베벌리 힐스 스 타일 고급주택가엔 「지바리 힐」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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