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금융위기의 교훈-과도한 外資의존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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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멕시코 페소貨폭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유럽의 약세통화들이 폭락한데 이어 동남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자국통화를 지키기에 안간힘이다.국제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국제자 금시장의 돈흐름이 바뀜에 따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세계각국의 경제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가장희망적인 전망은 이번 금융위기가 지난 87년 블랙먼데이처럼 일시적인 동요에 그친 후 정상을 되찾는 것이다.그러나 현재로선 그렇게 낙관하긴 이르다.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화되고 주식시장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기때문이다.멕시코 금융위기의 파장을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편집자註] 멕시코의 통화불안에서 초래된 경제위기는 다른 나라의 정책 담당자와 금융관계자에게 무엇보다 외국 자본이 「무섭다」는 사실과 개방시대의 정부 통화금융정책이 어떠해야 하는가를일깨워준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 사태의 교훈중 우선 외국 자본은 변덕스럽다는 점을 지적,경제발전을 위해 외국 돈에 의존하는 나라는 「호랑이를 타고가는」것과 같아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조그만 충격에도 출렁거리는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강조했다.컴퓨터. 전기통신기기와 결합된 금융시장 체제는 대량의 정보를 종전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전파시킨다 .
이런 급변하는 국제금융여건에서 한 나라의 정부가 희망하는 사항이나 정책시행 일정은 전혀 존중되지 않는다.정부가 계획했던 것은 외적 요인 때문에 뒤틀리기 일쑤다.그렇다고 해서 멕시코 사태의 전부를 외적 요인에 돌려서는 안된다.멕시코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제몫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전임 대통령인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의 「판단착오」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적했다.
살리나스대통령은 자유시장 경제와 저인플레 성장이란 치적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도취돼 멕시코는 다른 개도국과는 다르다고 자국의 힘을 과대평가했다.통화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멕시코의 대외빚을 핫머니성 단기 부채로 채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치고 빠지는 식의 기관투자가 자금이 주류인 단기부채를 집중 유치한것은 바로 재앙을 자초한 셈이다.
또 美MIT의 돈부시교수와 워너 교수는 멕시코 지도자들이 페소貨의 고정 환율을 낮게 매김으로써(평가절하) 수입품의 가격을싸게 만들었다고 정책 잘못을 지적했다.
멕시코는 외국인들의 높은 투자열기를 고려해볼 때 페소화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수입품 가격을 올릴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돈부시 교수등은 『인플레를 과대평가된 환율(평가절상)로 대처하는것은 위험한 전략이며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삭스 하버드大교수는 확실하게 방어적인 고정환율이야말로가격 안정,특히 자유시장 경험이 없는 경제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더욱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통화로 달러화를 사려고 할 때는 국내 이자율이 오르게 내버려 두고 통화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는 등의 「게임 규칙」을 지킬 각오가 정책결정자들에 있어야 한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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