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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봄맞이 축제 '마슬렌니차'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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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22일 오후 3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크렘린 궁 앞 붉은 광장. 광장에서 모스크바 강변 쪽으로 내려가는 바실리예프스키 언덕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매서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1만여 군중이 운집해 벌이는 축제 열기로 온통 뜨거웠다. 지루한 겨울의 마지막 문턱, 봄기운을 느끼는 우리의 입춘 같은 절기를 기념하는 전통 봄맞이 명절 '마슬렌니차' 축제였다. 축제는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 마슬렌니차 주간의 마지막 날에 열렸다. 붉은 광장을 배경으로 설치된 무대 앞에 몰린 시민들은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사회자의 넉살에 깔깔대며,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연신 몸을 흔들어댔다.

축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우리의 빈대떡을 닮은 러시아 전통 명절 음식인 '블린' 굽기 대회가 시작됐다. 축제 참가자 중 선발된 일부 시민과 가수.배우 등 연예인들이 요리사로 등장, 무대 앞에 차려진 대형 프라이 팬에서 블린을 구워낸 뒤 차곡차곡 쌓아 올려 그 높이를 재는 경기다. 무려 5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대회에서 신기록이 세워졌다. 15m 높이로 블린을 쌓아 올린 것이다. 지난해 기록은 7m였다. 오후 10시까지 계속된 축제의 절정은 겨울을 상징하는 밀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태우는 행사. 시민들은 허수아비에 달린 마포 주머니에 벗어나고 싶은 불행과 슬픔.근심 등이 적힌 종이쪽지를 넣고 함께 태웠다. 불과 함께 모든 재앙이 사라진다는 믿음에서다.

러시아가 오늘날에도 크게 기념하는 마슬렌니차는 원래 슬라브 민족의 원시신앙에서 기원했다. 러시아인들은 이 기간에 최대한 풍성하게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긴다. 물론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친지.친구 등을 초대하거나 방문하며 함께 즐긴다. 음식은 풍성하게 먹지만 고기류는 피하고 주로 생선과 유제품을 먹는다. 특히 블린은 마슬렌니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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