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변혁] 입시 권한 받은 대교협 총회장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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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4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오미자차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대교협 차기 회장, 이경숙 인수위원장, 이 당선인, 이장무(현 대교협 회장) 서울대 총장, 최현섭 강원대 총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당선인이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행한 오찬 연설의 화두는 자율과 책임이었다.

 이 당선인은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시급한 게 교육제도 변화”라며 “그래서 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떠들면 뭐하냐. 결국 교육은 대학에서, 경제는 기업에서 각자의 소임을 다할 때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정부는 도우미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뿐 아니라 교육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극대화해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인수위가 대학입시를 대교협이 주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온 얘기여서 그의 연설은 교육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자율에 따른 대학의 책임도 중시했다. 그는 “어떤 정치인은 세계 100대 대학에 우리 대학이 15개가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대학 스스로가 (전공 분야를) 특화시키고 수준을 높여 세계적인 대학이 되도록 하는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이지 정부가 어떤 어떤 대학을 골라 세계 100대 대학에 넣어주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시제도 대학 자율화가 사교육비 부담을 더 늘릴 것이란 우려를 거론하며, 이 당선인은 “과거 정부도 그런 걱정 때문에 자율화를 못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대학 측이 만반의 준비를 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이 당선인의 방침에 만족과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자율은 창의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자유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이 당선인이 대학 자율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대학 자율화 문제는 확실히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반겼다. 대교협 14대 회장으로 뽑힌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올해는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중요한 한 해”라며 “새 정부가 대학 자율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것은 대단히 획기적인 조치이며 대학들도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참석한 대학 총장들에게 “제가 ‘자율’ 하면 여러분은 ‘책임’이라고 화답해 달라”고 건배 제의를 했다.

 이날 정기총회는 대교협이 입시 관리기구로 떠오른 데다 사상 처음 대통령 당선인까지 참석해 전국 201개 회원 대학 가운데 169개교의 총장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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