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시인을 숲으로 가지 못한다" 都正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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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인은 비와 눈을 아름다운 정서로 묘사하고 계절의 순환을 노래하는데,오염 때문에 눈 비를 마음놓고 즐길 수도 없고 도시대중의 삶에서 계절의 변화가 점점 실종돼 가고 있는 우리 현실.
이런 시와 현실정서간의 괴리가 갈수록 깊어지고,그 러면 그럴수록 독자들이 시를 멀리하는 마당에 어떻게 하면 그 괴리를 좁힐수 있을까.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한 문학평론가 도정일(都正一.54)경희대교수가 최근 비평활동 10년만에 바로 이런 문제에 천착한 첫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민음사 刊)를 펴냈다.제목에서 알수 있듯 그의 글들은 현대의 시독자들 은 서정시의텍스트로 통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밤숲에 머물러』에서마저도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시인자신도 산성눈 때문에 더 이상 눈을 맞으러 숲으로 가려하지 않는다는 정서구조상의 변화를 진단하고 있다.
시와 소설등 작품비평에 그치지 않고 고전문학이론에서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다양한 문화이론과 시사문제까지 다루고 있는 이 평론집은 무엇보다 평론이면서도 전문가의 언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쓰여 있어 독자들에게 쉽게 와닿는다.평이함 속에서도 심오함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로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시를 어떻게 하면 대중의 삶 한가운데로 끌어다 놓을 수 있을까를 놓고 줄곧 고민해왔습니다.우리 평론이 문학을 문학으로 이야기하는데는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지만 일반독자들이 쉽게 시에 접근 하는 길을 열어주는데는 실패했지요.난해한 어휘로 오히려 그 길을 차단했다는반성도 없지 않아요.』 그의 글에는 특히 개발이데올로기에 밀려시가 제시하는 문제를 제대로 음미해볼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해 시를 잃게 된 중장년층에 시를 되돌려 주려는 애정이 담겨 있다.10대들을 대상으로 한 감성시에 떼밀려 진지한 시가 점차설땅을 잃어가고 있는 원인을 그는 인성교육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대학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등학교까지는 학생들이 마음놓고 문학을 접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이런 현실부터가 문제지만 대학에서도 문학이론에만 치중하다보니 학생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를 유발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문학강의에서도 끊임없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그런 가운데서 생명에 대한외경과 자연현상을 불어넣어야 합니다.그러면 지금과 같은 정서분열이나 자연경시풍조가 상당히 교정될 겁니다.』 都교수는 또 아무리 영상매체가 판을 친다해도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를 이룩하려면 독자들은 시 읽기를 포기해서는 안되고,시인들도 시에 대한애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래서 그가 특히 높이 평가하는 시인은 카리브의 섬과 바 다를 노래하는 시인 데릭 월콧. 노벨상을 수상한 훌륭한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그에게서는 시에대한 강한 믿음과 고전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 작가들을 보면 고전에 대한 관심이 아주 부족합니다.예를들어 톨스토이의 대작은 읽지 않고 비디오나 영화를 보고서는 그 작품을 독파했다고 치부해버립니다.영상매체에 담긴 소설은 더이상 서사문학이 아니지요.서사문학의 깊고 은 근한 맛을 영상매체는 도저히 따를수 없습니다.』 지난 77년부터 5년동안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미국학을 전공,미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취득한 都교수는 유학직전에는 5년동안 동양통신사에서 근무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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