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가족 송금 길 잘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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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北韓)에 돈이나 생활용품을 보내 이산가족과 친지의 어려운 생활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통일원이 새로 내놓은「이산가족 교류절차 안내서」에 그 절차를 명기함으로써 당국의 묵인아래 제3국에서 접촉등을 통해 직접 돈을 건네주거 나 송금(送金)하던 관행을 양성화한 것이다.
우리의 일방적 조치이긴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는 여러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인도주의적인 면에서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고,제한적이긴 하지만 남북한 교류와 접촉통로를 조 금씩 넓힌다는의미도 있다.또 내부적으로도 남북한 교류의 본격적인 앞날에 대비해 제도를 정비한다는 뜻도 있다.「남북한 교류 협력법」이 있기는 하지만 접촉기회가 늘어나면서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대북한주민 송금문제도 그런 예중 의 하나였다.
교류 협력법이나 정부의 안내서에는 지금까지 북한주민 접촉을 위한 승인절차만 있을뿐 송금절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실제로 당국은 그런 일을 묵인해왔지만 일반국민으로선 합법적인 일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따라서 이번 정부의 조치는 그런 불분명한 점을 정리해 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이러한 우리의 정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본다.공식적으로 남북한 당국자의 접촉을 거부하고는 있지만 모든 수단을 통해 외화(外貨)를 벌어들이려는 북한은 이러한 형태의 접촉을 묵인해 온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문제는 막상 돈을 보내고 싶어도 북한에 있는 가족.친지의 소재를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점이다.지금까지의 예로는 북한을 방문하는 제3자의 주선으로 편지를 주고 받거나,제3국에서 접촉하는 형태로 소재파악이 가능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이번처럼 대북(對北)송금만 양성화하는데 그치지 말고,이산가족의 소재파악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강구에도 노력해야 한다.물론 북한이 공식적으로 응할리 없으니 적십자사 등의 민간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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