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비리 방송출연싸고 검은돈 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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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유명 방송PD들이 연루된 이번 연예계비리 수사는 그치지 않는연예계의 구조적 비리를 다양한 사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과거 쇼.가요PD가 주대상이던 불법로비가 드라마PD를 대상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점이 근래의 새로운 특징.이는 스타탤런트의 광고모델(CF)출연료 고액화와 함께 TV 뮤직쇼가 점차 사라지고 인기드라마의 배경음악이 최고 수십억원 의 음반매출을 낳게 하는 연예계 판도변화에 따른 것이다.이 경우 음반판매의 일정지분을 매니저들로부터 보장받고 해당 PD가 곡을 배경음악으로 삽입,음반매출을 올려주는 수법이 포착돼 수사대상에 오른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에 혐의가 포착된 PD들중 한 예능PD는 남자 신인가수의 매니저로부터 사례를 받고 쇼프로에 출연시켜 인지도를 높인 뒤 함께 수사대상이 된 동기생 드라마PD의 인기극에 고정출연시켜 스타로 만들어 내는 신종「연합전선」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이 남자연예인은 최근 한회에 1억5천만원의 CF출연료를벌어들이는등「투자」(?)를 회수하고도 남는 수입을 올려 비리가싹트는 소지를 짐작케 하고 있다.
○…방송 출연자 선발은 주연급의 경우 CP라고 불리는 부장급PD 이상선에서,조연급은 담당PD가 결정하는게 상례.브라운관 등장횟수와 CF.밤무대의 수입규모가 비례하는 현실속에「무조건 출연」이 지상과제인 매니저들과 칼자루를 쥔 일부 PD사이에 자연 비리소지가 생겨난다.
때론 극본작가의 역량에 따라 캐스팅에 영향력이 행사되는 경우도 있어 캐스팅은 철저한「파워게임」의 산물로 알려지고 있다.지난해엔 드라마『일과 사랑』의 PD와 작가가 충돌을 벌이다『PD가 출연자들로부터 5백만원을 받았다』고 작가가 폭 로해 파문을낳기도 했다.매니저들사이에선 이에따라「약효」가 통하는 PD들에대해선 정보가 교환되고 이들을 금품형.도박형등으로 분류,각 스타일에 맞는 공략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에 혐의가 포착된 한 예능PD는 자 신의 집이「카지노」라 불릴만큼 매니저들이 드나들며 카드도박판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속칭「잃어주기 도박판」인 이 PD의 집에선 절대 수표를 판돈으로 쓰지않는「불문율」이 있어 한회에 천만원대의 지폐가 수북이 쌓일 정도라고 전해졌다.
○…수사대상인 한 국장급PD는 현재 스타급인 한 여배우를 픽업할 당시부터 캐스팅 대가의 불미스런 관계가 문제돼 왔다.수사대상인 다른 PD는 한 여가수매니저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도 상응한「반응」이 없자 여가수측에서 그의 상관에게「내 역」을 공개하며 항의,지난해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미 검찰의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한 라디오 가요프로 PD는 특정가수를 집중 선곡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승마등 호화생활을 하며 비난을 받다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상당수 PD들은『이번 수사를 명백히 마무리해 병폐를 근절하고 여타 PD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방송계는 또 경영학석사 출신 매니저들이 즐비한 서구연예계처럼 자질을 갖춘 매니저의 검정자격제 도입과 전문매니지 먼트 회사의확대등을 요청하고 있다.
○…연예계 사정 차원의 이번 수사는 방송계의 금품수수 관행에쐐기를 박고 연예계 주변에서 새나오는 일부 여자 연예인들의 성추문 진상을 규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수사는 연예인 매니저 배병수(裵昺洙)씨 사건이후 지난해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비리는 90년에도 검찰이 수사를 벌여 PD 6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15명을 입건했었으며 75년에도 PD 7명이 비슷한 비리로 구속된 일이 있다.
〈金起平.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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