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목타는 남부 현장을 가다-전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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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가마미해수욕장으로 더 잘 알려진 전남영광군홍농읍계마리.이곳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칠순의 허현(許鉉)씨는『이번과 같은 가뭄은 평생 처음 당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계마리 1백52가구 5백40명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계마리 상수도가 이틀 걸러 하루 물을 주는 3일제 급수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13일.
급수일에는 오전6시쯤부터 집집마다 큰 그릇을 모두 늘어놓고 물을 받느라 법석인데 오후 3시쯤에는 하루 공급량 4백t이 동나고 만다.
편리하고 깨끗하게 살아보자고 수세식으로 개량한 화장실은 개숫물까지 아껴두었다가 사용한 것이 벌써 한 달째다.
저수용량 5만t인 수원지는 현재 8천t밖에 남지 않았다.
취수가 불가능한 밑바닥 물을 빼고나면 앞으로 큰 비가 내리지않을 경우 3일제 급수마저 2월말까지 밖에 버틸 수 없다는 계산이다. 이장 강원만(姜原萬.42)씨는『3월 이후에는 마실 물도 떨어져 물동냥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 법성면을 비롯한 인근지역도 시간제급수를 하는 등 물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그것마저 여의치 않을 것같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바닷가 마을이라서 지하수개발도 불가능하다.산자락을 파면 물이 안나오고 해안쪽을 파봤자 짠물이 나오기때문에 식수로는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도의 지난해 평균 강우량은 평년의 64%에 불과한데다가 11월이후 강우량은 24㎜로 최근 30년간 겨울가뭄이 가장 극심했던 88년 41㎜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물오 점점극심 광주지방기상청의 기상전망은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오는 3월까지 강우량이 평년보다 적은 가뭄이 계속되고 5월까지의 강우량도 평년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성호를 비롯한 4대호의 저수율이 23%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영농기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올 벼농사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는 것은불문가지. 겨울가뭄으로 인한 수질오염문제도 심각해 영산강의 BOD이 최고 7.1PPM으로 치솟아 지난달 28일부터 섬진강수계의주암호물을 하루에 6만t씩 방류하고 11일부터 15만t으로 늘렸으나 오염수치는 아직도 내려갈 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靈光=李海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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