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親北인맥심기 포석-北韓,릴리일행 초청속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이 제임스 릴리 前주한(駐韓)대사 일행을 초청한 것은 본격적인 北-美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평양의「워싱턴 교두보 확보 작전」 일환으로 판단된다.한마디로 워싱턴에 친북(親北)인맥을 심어놓음으로써 향후 北-美 관계 개선 속도와 단계를 앞당겨놓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이번에 불러들인 인사들의 면면이 종전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번에 초청한 인사는 릴리 前대사.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 명예연구원.김영진 조지워싱턴大교수.국방안보 전문가인 토겔패터슨등 모두 4명.한결같이 대북(對北)강경론자 또는 중도그룹인사들이지 결코 친북그룹 인사라고 보기 힘들다 .
레이건 정권당시 주한대사를 역임한 릴리는 CIA출신으로 대북(對北)강경론자이며 김영진 교수도 중도그룹에 속한다.또 오버도퍼는 지난 20년이상 외교문제를 전담해온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출신으로 워싱턴 외교가에서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인물이다.
이는 북한이 전개하고 있는 워싱턴 교두보 작전 초점이 美공화당에 맞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즉 클린턴 민주당 정권을 상대로 北-美합의라는 외교적 전리품을 확보한 평양으로서는 지난 12월 중간선거를 통해 40년만에상.하원을 장악한 워싱턴의 공화당 변수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클린턴이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불만인 공화당 인사들의 비위를 거슬려놓다가는 어렵사리 얻어낸 北-美연락사무소설치.경수로.경제지원등의 카드가 축소되거나 일정이 늦춰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주에 공화당 주재로 북핵문제 청문회를 여는데 이어 10일에는 국무부 고위관리의 입을 통해『남북대화 없는北-美 연락사무소 개설은 곤란하다』고 말하는등 북한으로서는 적잖이 신경쓰이는 일련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것 이 사실이다.
따라서 릴리를 초청한 북한의 군축및 평화문제연구소(소장 송호경)가 이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는▲北-美합의의 성실한 준수 외에도▲북미평화협정 체결▲국가보안법 개정등의 단골 메뉴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은 릴리 일행에게『미국이 공산당을 때려잡는 국가보안법을 갖고있는 남한과 일방적으로 남북대화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미국이 보안법 폐지를 위해 압력을 행사해달라』는 식으로 보안법 고리와 北-美평화협정 체결 문제를집중적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통일원은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릴리를 불러들인 평양의 의도가 워싱턴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조속한 北-日수교 협상 재개까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대미(對美)외교 공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너무 신경쓸 것 없다』는 것이다.북한이 몇몇 인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였다고 서울.워싱턴.평양의 삼각 관계의 추가당장 평양으로 기우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설명이 다.
그러나 한편으로는「한국배제」라는 북한전략이 먹혀들어 北-美간직거래가 이뤄지고,특히 북한의 北-美간 평화협정체결 주장이 먹혀드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않다.
이때문에 릴리일행의 평양행에 우리정부는 겉으로는 태연하면서도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崔源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