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전쟁의 기원과 평화유지"D 케이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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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류역사는 그대로 전쟁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크고 작은 전쟁으로 점철돼 왔다.그런 만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은 역사가들에게는 꼭 해야 할 과제면서도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인류역사상 최초의 역사가로 평가받는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역시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전쟁을 연대기순으로 기록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업적으로 이름을 얻었다.지구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도 있는 가공할 만한 무력을 지닌 현대에 있어서는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더 절실하다고 하겠다.
미국 예일大에서 역사와 서양문명을 강의하는 저명한 도널드 케이건 교수가 최근 펴낸『전쟁의 기원과 평화 유지』(원제:On the Origins of War and the Preservation of Peace.Double day刊. 3백24쪽.
30달러)는 이 분야에서 냉전체제 붕괴후 모처럼 발표된 역저여서 눈길을 끈다.보수적 시각이 강한 이 책은 역시 보수주의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 정계.학계에서 많은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케이건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하는 요인을 크게 세가지로 꼽는다.경쟁 국가에 대한 두려움과 통상등 자국의 이익 추구.명예추구등이 그것이다.전쟁 원인이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영토획득이나 천연자원 확보,계급 투쟁,치열한군비경쟁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안보를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파워와 명예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투키디데스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현대戰.고대戰 할 것 없이 전쟁의 원인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평화유지를 위한 그의 주장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다.한마디로『한 나라가 평화를 유지하는데는 전시와 다름없는 적극적 행동과 현명한 작전,자원의 소모,희생이 요구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은 1987년에 발표된 폴 케네디 예일大교수의『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에 필적할만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강대국의 흥망』이 경제력과 군사력의 상관관계를 통해 강대국의 흥망사를 다룬 것이라면,『전쟁의 기원과 평화유지』는 국제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각국이 왜 전쟁이란 극한상황을 선택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분석의 대상이 된 전쟁과 그에 버금가는 사건은 5개.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펠로폰네소스전쟁,로마와 카르타고간의 세차례 전쟁중 두번째 전쟁,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핵전쟁 발발 일보직전의 상황으로까지샤 치달았던 쿠바 미사일 위기등이다.분석 대상이 된 전쟁및 위기상황의 수는 비록 적지만 2천5백년이란 엄청난 세월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임에는 틀림없다.케이건은 고대전쟁과 현대전쟁의 속성을 비교하면서 그의 평소 지론이었던「평화는 저절로 유 지되는 것이 아니다」는점을 다시한번 부각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케이건은 아주 부정적이다.『강력한 나라일수록 평화를 유지할가능성은 높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전쟁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전쟁은 아 마 인간사에서 하나의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그는 군축(軍縮)이나 군병력철수,불개입 원칙등 소극적정책을 취하기보다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필요하면 언제든지그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보일 때 평화를누리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역설한다.
〈鄭 命 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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