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교육 개혁, 문부성 반발 막으려 후쿠다가 직접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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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공교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총리 직속 기구로 교육개혁 추진 조직을 공식적으로 만든다. 역대 정권이 의욕적으로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해도 번번이 문부과학성 관료들의 저항에 부닥쳐 흐지부지되던 일을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신속한 의사 결정 가능=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교육개혁 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총리 직속기관으로 ‘교육재생추진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위원회는 총리 자문기구였던 ‘교육재생회의’가 그동안 제안한 개혁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정부 공식 기구로, 총리 직속 내각관방에 사무국이 설치된다. 후쿠다 총리가 직접 교육개혁의 실무를 챙기겠다는 의미다. 새 조직에는 그동안 개혁 방안을 내놓은 민간 전문가와 입법 실무를 담당할 공무원을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제도 입안을 추진키로 했다.

새 기구는 무엇보다 개혁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관련 정부부처의 협조를 총리 직권으로 요청할 수 있다. 제도가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감시·지도하는 체제가 상설화돼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시스템이 구축될 전망이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교육재생추진위원회는 총리 권한에 힘입어 추진력을 갖추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공교육 정상화 열망 반영=교육재생회의는 그동안 ‘경쟁 촉진’을 개혁의 핵심 개념으로 설정하고 우수한 인재의 조기 진학, 글로벌 체제에 대한 경쟁력 강화, 탄력적인 학교 운영 방안 등의 개혁안을 내놨다.

구체적 실천 과제로는 대학의 9월학기 제도 도입과 ‘6·3·3·4학제’의 탄력적 운영 방안이 제안됐다. 학부모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크게 환영했다. 1970년대 이후 30년간 지속돼온 일본판 평준화 교육인 ‘유토리(ゆとり·여유)’ 교육의 여파로 학력이 크게 저하되면서 높아진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전 총리도 총리 자문기구인 교육재생회의를 만들어 공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자유롭게 개혁 방안을 제시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재생회의는 이달 중 후쿠다 총리에게 개혁안을 최종 보고하면 역할이 종료된다.

후쿠다 총리의 고민은 이런 제안을 제도화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었다. 역대 정권처럼 교육행정의 실무 권한을 가지고 있는 문부과학성에 개혁을 맡기면 방안이 축소되고 잘려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80년대 중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와 90년대 후반 오부치 게이조(小淵<6075>三) 전 총리 시절에도 자문기구를 통해 교육개혁안을 만들었으나 문부과학성의 저항으로 사문화된 적이 있다.

후쿠다 총리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교육재생회의의 개혁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상설 기구를 만들어 직접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일본의 교육개혁=아베 신조 전 정권이 2006년 9월 ‘교육개혁 구상’을 발표하면서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80년대 말 영국의 교육개혁을 모델로 삼아 ‘마거릿 대처 방식의 교육개혁’ 노선을 도입했다. 대처 전 총리는 국가가 학제 개편·교원 임용 제도와 같은 교육 인프라를 만들어 주고, 학교 운영은 자율에 맡기는 시장원리를 도입해 경쟁을 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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