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안방 파고 든 ‘서울걸’ 김혜진 C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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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시아계 미녀 한 명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따분한 오후, 눈가에 졸음이 쏟아진다. 그녀에게 말을 걸며 벤치 앞을 지나가는 불독도 호기심을 끌지 못한다. 순간 “네 영혼에 더 이상 즐거움이 없다고?”(No more surprise in your soul?)라는 자막이 뜬다. 이제 그녀는 서울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청계천을 활보하고 명동에서 쇼핑을 하며, 한강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그녀 얼굴에 흥겨움이 넘쳐난다. 그녀는 도회적이며 활기찬 여성의 이미지다.

 서울시가 서울 관광을 외국인에게 홍보하기 위해 외국 TV에 내보내고 있는 CF 내용이다. 서울로 여행을 오면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다. CF는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및 유럽의 안방에 파고 들고 있다. CNN·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TV·BBC월드·유로스포츠 등 7개 채널을 통해 CF가 나간다.

 ‘2010년 관광객 1200만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는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CF를 만든 것이다. CF가 나간 뒤 베이징· 홍콩에선 “CF가 재미 있다. 촬영 장소가 어디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대만의 경제케이블채널인 ET-TV는 이 CF를 본 뒤 ‘서울시가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섰다’는 내용을 취재하러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해외 마케팅에 390억원 투입=서울시는 지난해 40억 수준이던 해외 홍보 예산을 올해 390억원으로 늘렸다. 390억원 중 CF 방영 예산이 20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채널별로 하루 1회 정도 나가고 있는 이 CF를 하루 3회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또 케이블·위성뿐 아니라 지상파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CF를 통해 외국에 알리고자 하는 서울의 이미지는 ‘문화 서울’ ‘디자인 서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도시가 문화의 옷을 입으면 관광객이 찾아오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그 도시에서 만든 상품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올해를 디자인 한류가 시작되는 해로 만들겠다”면서 “ ‘디자인 트렌드를 보려면 서울로 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문화 서울’ ‘디자인 서울’이라는 이미지로 ‘2010년 1200만 관광객 유치’를 달성하겠다는 게 서울시 전략인 것이다. 특히 올해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대폭 늘어날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서울걸’은 누구=서울 CF를 찍은 청계천에서 CF 속의 여주인공을 만났다. 김혜진. 서울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CF 모델 경력 5년째로 지난해에만 대한항공·LG텔레콤·네이버·SM5 CF 등 20여 편에 출연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해 한동안 인테리어·게임·가구 디자이너 일도 했다. 김씨는 “서울을 알리는 모델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서울시가 ‘문화 서울’ ‘디자인 서울’을 추구한다니, 저랑도 이미지가 잘 맞죠. 기회가 된다면 ‘서울걸’로서 외국에 서울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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